찌는 더위가 밤까지 이어질 때 해 볼 만한 일은 심야극장을 가보는 것이다. 어차피 잠을 못 이루고 채널 여기저기 넘기면서 흘러간 영화나 재방송 드라마에 멍한 시선을 주기나 할 바에야 스스로 작품을 골라 제대로 된 환경에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다.
심야영화는 몇 가지 매력이 있다. 우선 영화관 찾는 길이 밀리지 않는다. 영화관도 아무래도 덜 붐빈다. 그러나 제일 큰 매력은 다른데 있다. '영화'라는 것이, 실은 모든 예술이, 우리의 감성을 두드리는 바이라, 다소 몽롱해지는 심야가 되면 영화 속의 세상이 아침이면 되풀이 되어야할 일상보다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영화 관객 수준은 거의 원시인이란 중평이 있다. 우선, 왜 그리들 먹어대는지…. 평소에는 날씬한 몸매 만들고 가꾸기에 목매는 젊은 여성들이 양 손에 들고 들어오는 군것질거리들을 보면 질릴 정도이다.
게다가 객석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휴대전화 화면들, 통화하는 목소리들…. 영화의 그것 외에는 다른 어떤 빛이나 음향이 용납될 수 없는 영화관 공간은 이렇게 여지없이 망가진다. 그저 즐기기 위해 영화를 보는데 무얼 따지면서 고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영상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영상문화를 만들고 동시에 소비하는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조셉 보그스의 '영화보기와 영화읽기'(1991)를 대충이라도 읽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영화라는 종합예술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감독의 스타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연기의 성패를 규정하는 관건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초보적 지식만 건져 올려도 비싼 돈 주고 보는 영화는 몇 배의 즐거움을 돌려준다. 이 정도만 되면 음료수 깡통을 실수로 굴릴 일도, 감자 칩 아삭대고 휴대전화 문자 날리다가 옆 사람의 눈총을 받을 일도 없다.
박일우 계명대 프랑스어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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