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주체할 수 없는 식욕으로 인해 늘어만 가는 '살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남자의 약 20%, 여자의 약 30%가 비만증이라는 통계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서 비만증으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비만은 당뇨병, 동맥경화증, 심장병, 고혈압, 중풍, 관절염 등을 일으킨다. 1900년대 초부터 시행된 서구 보험회사들의 연구들을 보면 체중 증가는 수명 단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사실은 뚱뚱한 사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스모 선수들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스모 선수들은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이 많으며 수명이 짧아 50세를 넘기는 일이 드물다.
일반적으로 비만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중 과다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나 비만증을 결정하는 기준은 '체내에 얼마나 많은 지방질이 있는가' 라는 것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비만증 환자를 진단하는 기준으로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신체 질량 지수를 사용한다. 이 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한다.
■꿈의 비만치료약 나올까
비만 환자가 식사조절이나 운동만으로 체중조절이 잘 안 될 때는 약물 요법이나 그 외의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 체질량 지수가 30kg/㎡이 넘어가는 환자는 약물 치료의 좋은 대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서는 체질량 지수가 25kg/㎡ 이상인 경우, 혹은 23kg/㎡ 이상이면서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관절염, 수면 중 무호흡증 등을 동반한 사람들은 약물 치료 대상이다. 체중감량의 목표는 10~15%의 체중 감량이고 이 정도면 건강상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충분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꿈의 비만치료제는 마음껏 먹고 한 알만 먹으면 비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런 약이다. 지금까지 이런 약제의 개발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향후 식사조절에 보다 자유로우며 부작용이 적은 여러 가지 종류의 비만치료 약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비만 환자가 동반한 고지혈증과 당뇨, 고혈압 등의 고생스런 합병증도 함께 없앨 수 있는 약물 개발 노력도 한창이다. 만약 그런 약물이 나온다면 출시 1년 이내에 연간 500조 원에 이르는 세계 비만시장(치료제 시장은 4조 원)을 독점하고, 사기성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비만 치료 식품들, 부작용이 많은 비만 치료제나 시술을 비만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쫓아낼 것이다. 그러므로 전 세계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2배에 이르는 비만 시장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대병원 올해 말 신약 임상시험
경북대 병원 내분비내과 이인규 교수팀은 인체 내에서 소량 분비되는 물질인 알파리포산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체내 분비물질인 알파리포산(Alpha-lipoic acid)은 식욕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체내 에너지 소모를 증가하여 지방질을 감소시킨다.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여 왔던 성분으로 사람에게 해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에 다른 신약에 비하여 독성시험 등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서 약품 개발이 조기에 완료될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초부터 신약 출시를 위한 임상실험을 하고 있고 올해 말에는 경북대 병원에서도 임상시험 환자를 등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방흡수 차단제는 지방이 몸속에 흡수되기도 전에 장으로 바로 내려보냄으로써 설사, 급변, 지용성 비타민의 유출이라는 부작용이 있는 반면, 알파리포산은 소모 에너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방을 태우기 때문에 '자주, 그리고 갑자기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부작용이 없다.
또 포만감을 증대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기존 식욕억제제의 경우 두통, 변비, 식욕 자체의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있는 데다 사람마다 느끼는 포만감이 다 달라 효능이 들쭉날쭉한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알파리포산은 이미 당뇨 치료제로서 부작용이 없음이 검증돼 그러한 불편감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그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
그러나 이 약제의 비만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식사요법이 필요하고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생활이 요구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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