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농촌체험-(2)日 성공사례에서 배운다(상)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우리말로 농촌관광으로 번역할 수 있는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개념이다. 루럴 투어리즘(Rural Tourism) 또는 애그리 투어리즘(Agri-Tourism)이라고도 하며 어촌관광은 블루 투어리즘(Blue Tourism)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선진국의 경우 농촌관광은 위기에 빠진 농촌을 살리는 대안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리잡아 왔다. 가까운 일본도 90년대 초반 농촌관광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농촌환경은 우리와 달라도 산업사회를 맞아 농업경쟁력이 약화되는 본질적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 현지취재를 통해 한국형 농촌관광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본다.

■야반도주의 마을이 큐슈 최고 부촌으로

큐슈(九州) 미야자키현(宮崎縣)의 산골마을인 아야정(綾町)은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가난하기 짝이 없는 산촌마을이었다. 청년들은 일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났고 손님이 끊긴 상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자고 나면 한 집씩 사라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아야정은 큐슈에서도 제일 윤택한 마을의 하나로 탈바꿈했다. 주변에 볼만한 관광지 한 곳 없어도 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만도 연간 150만 명을 헤아린다.

아야정의 변신은 뛰어난 지도자의 헌신적 노력과 주민들의 일치단결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1966년 취임, 24년간 재임한 고다 미노루(鄕田 實) 정장(町長)은 '산림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젊은이들을 목공예 전문가로 양성하는 한편 중앙정부의 마을 주변 활엽수림 벌채계획을 주민서명운동으로 막아냈다.

또 지역 자급자족을 위해 '한 평 채소밭 운동'을 벌이고 남는 유기재배 농산물은 대도시에 내다팔아 소득향상을 이뤘다. 특히 '일호일품운동'을 추진, 가정마다 전해 내려오는 생활기술·취미로 수제품들을 생산했다. 그 결과 아야정은 일본 최고의 산림욕장으로 떠올랐고 전국에서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전통 공예마을로 변모했다.

천상철 큐슈산업대학 산업관광학과 교수는 "아야정은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주민들이 토론을 통해 마을가꾸기 아이디어들을 결정하는 원칙으로 지역발전을 이뤄냈다"며 "벌채라는 단기적 이익보다 고유자원의 보존을 선택해 지속적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눈을 돌려 부가가치를 창출하자

아야정이 자연을 보존해 성공한 사례라면 구마모토현(熊本縣) 오구니정(小國町)은 자연에 부가가치를 더해 모범마을이 됐다.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인구 9천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어느 대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물들이 예술작품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모두 이 지역의 특산품인 삼(杉)나무를 활용해 만든 목조건축물들인 것.

오구니가 지역활성화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나무'때문이었다. 풍부한 산림자원 덕분에 풍요로웠지만 값싼 원목 수입이 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된 것. 마을 행정부와 주민들은 84년 '삼나무의 고향 만들기 운동'을 시작으로 마을 부흥에 전력을 쏟았다. 대신 관광지 개발, 특용작물 재배단지 개발 등이 아닌 문화·이벤트산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체육관인 오구니돔, 관광정보센터인 유스테이션(you-station), 연수시설인 목혼관(木魂館) 등이 잇달아 들어섰고 도시인들의 취향에 맞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유치했다.

오구니의 연간 총 생산액은 300억 엔에 육박한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60%가 넘는다. 주변에서 가장 흔한 지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전국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자연과 인간, 문화가 최대한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는 점이 '주식회사 오쿠니'의 성공비결인 셈이다.

■수확의 기쁨 체험하는 즐거움

아름다운 바다에 둘러싸인 사이카이정(西海町)은 나가사키현(長崎縣)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완만한 계단식 밭은 조생 귤 '이와사키(岩崎)', '하라구치(原口)'품종의 발상지로 가을에는 온 산이 노랗게 물든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관광지 '하우스텐보스'와도 가깝다. 농촌관광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

이 곳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체험관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농업이 쇠퇴하고 인구가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 주민들은 이사노우라 농업용수전용댐에 공원을 조성하고 민박객 유치를 위해 교류센터와 현대식 방갈로를 꾸몄다. 관광기념품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오오타 사토 관리과장은 "방갈로에서 나오는 수익은 연간 200만 엔 정도"라며 "인근 큐슈나 나가사키뿐 아니라 동경, 오사카 등지에서 연간 1만5천 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온다"고 소개했다.

이 곳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봄·여름에는 벚꽃놀이와 목공예, 죽제품 만들기를 할 수 있고 가을에는 감자파종, 귤따기 체험이 열린다.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는 '미깡돔'에서는 연중 메밀국수 만들기체험을 할 수 있다.

국도변 특산품 직매소도 농민들이 자부담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돌아가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값도 주민 스스로 매긴다. 지난 2004년 매출액은 2억 엔. 1천만 엔 이상 소득을 올린 농민도 여러명 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 큐슈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