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인터넷에 애타는 심정이 묻어나는 글을 올렸다. 초등학생 아들이 여자아이에게 정강이를 맞아 피멍이 들었다는 것이다. 정수리의 딱지도 알고 보니 여자아이에게 맞은 것이라고 했다. 초'중학교에서 여자아이에게 두들겨 맞는 남자아이들이 적지 않아 엄마들의 스트레스가 말로 못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맞기만 한다고 했다. 여자아이들을 때리면 선생님께 무지 혼난다는 거다. 그 엄마는 아무리 남초(男超)현상 탓이라지만 이는 분명 선생님들의 역(逆) 성차별이라고 꼬집었다.
◇1992년 당시 선풍적 화제를 모았던 TV 드라마 '아들과 딸'은 우리네 뿌리 깊은 남아 선호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쌍둥이 남매 중 딸인 '후남이'는 동생 '귀남이'를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귀남의 수학여행을 위해 자신의 수학여행은 포기해야 했고, 부모 몰래 치른 대입 시험에 합격해도 귀남이가 떨어지자 구박받는 식이었다. 당시 전국의 수많은 '후남이'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서러운 눈물을 훔쳤다.
◇한국여성개발원이 11일 발표한 '현행 법령상 남녀 차별 조항 발굴 조사 결과'에는 성차별적 법규정이 159개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법령집 수록 44편 법령 중 제 17편까지를 대상으로 한 것만 그러하다. 대개는 여성 차별 조항이지만 남성 차별 조항도 적지 않다. 특히 이 중 80여 개는 2007년 호주제 폐지와 함께 자동 정비될 것인데 비해 남성 차별 조항은 그대로 남게 된다.
◇예컨대 강간죄'혼인빙자간음죄의 피해자를 여성에 한정시킨 것, 국가 양로시설 입소 나이 여자 60세 남자 65세, 직계 존속 가족수당 수급권자 남자 존속 60세 여자 존속 55세로 규정한 것 등이다. 또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성은 장애 4급, 남성은 6급이다. 남성이 장애 4급을 받으려면 '양쪽 고환을 잃은 경우'라야 한다. '여자는 얼굴, 남자는 생식기가 생명'이라는 구시대적 가치관이 깔려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지금껏 남녀 차별 문제를 '여성 보호' 시각에서 접근했지만 이번 연구는 양성 평등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7편 법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한다 하니 시대착오적 성차별 법규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무튼 남성에 대한 역성차별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세상이 참 많이 달라지긴 했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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