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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기적적인 사건 중에 하나는 당나라 태종 때 일어났다. 사마광의 '자치통감' 등 각종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기적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태종이 한번은 몸소 죄수들을 조사하다가 어떤 사형수 한 사람을 만났다. 마음이 몹시도 아팠던 태종은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내년 가을에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처형을 받도록 명령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태종은 천하의 사형수 390명을 똑같은 조건으로 모두 석방시켰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감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90명의 사형수 가운데 단 한사람의 도망자도 없이 모두 자진하여 돌아왔다. 감격한 태종은 마침내 그들 모두를 사면하였다.

이 기록이 정말 역사적 사실일까?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록 자체를 부정할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소략하긴 하지만 같은 내용이 정사인 '신당서'와 '구당서'에도 수록되어 있으니,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토록 위대한 사건에 대해서도 갖가지 이견이 제기되었고, 기적의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통치자의 위대한 덕이 사형수들을 가슴 벅차도록 감동시켰기 때문이란 견해와, 태종과 사형수가 '짜고 친 고스톱'의 결과일 뿐이라는 신랄한 악평이 각각 그것이다. 요컨대 '석방해주면 사형수들이 틀림없이 돌아와 사면을 바라게 될 것'이라는 태종의 생각과, '돌아가면 태종이 틀림없이 사면할 것'이라는 사형수들의 생각이 빚어낸 암묵적 합의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기적을 창출케 한 원초적인 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사기와 기만의 소산이므로 통치자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숙연한 비판이 당연히 뒤따랐다.

바야흐로 작금 우리나라에서는 '가짜'와 '기만', '조작'과 '불신' 등의 암울한 단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그것이 설사 암묵적 합의의 소산이라 하더라도 390명의 사형수 전원이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킨 일은 참으로 사람을 감동케 한다. 더구나 이토록 감동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진실을 잣대로 하여 실로 숙연하게 비판했던, 중세 선비들의 준엄한 도덕성 앞에서는 모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중세시대를 '전근대'라 부르면서 함부로 얕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근대나 현대가 중세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일도 참 많지 않은가?

이종문 계명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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