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따라잡기-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과 대안

지난해 12월 5일 열린우리당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수사권을 검사와 사법경찰에게 똑같이 부여함으로써 검찰과 경찰을 대등한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한 반면, 경찰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검찰 측 주장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수사권은 검찰만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반대로 경찰 측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 바람직한 수사권 조정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이슈의 배경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해묵은 논쟁거리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런데 최근 열린우리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의 개정에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96조 제1항에서는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통해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그리고 경찰은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기는 하되 검사의 지휘 하에서 수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 정책기획단에 의해 마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제195조, 제196조에 '경찰의 수사 주체성'과 '검찰-경찰 간의 협력관계'를 명문화하여 규정하고, '내란 및 외환의 죄'등 일부 중대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 검찰 측 주장의 핵심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민들에게 일종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 측면이 적지 않고, 이를 검찰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에 대해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현재 10만 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력과 8천여 명의 정보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경찰이 검찰의 통제를 벗어나서 수사를 하게 될 경우 그 막강한 권력이 인권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통해 전체 과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찰대 출신 등 일부 엘리트 경찰을 제외한 대다수의 경찰관들이 검사들에 비해 자질과 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검찰의 수사 지휘가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하고, 현행법 하에서도 경찰은 10일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또한 검찰은 '실질적인 수사 지휘권의 확보'를 전제로 민생 치안과 관련되는 범죄에 대해서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종래의 입장에서 한발 후퇴, 절충을 시도하는 면도 보이고 있다.

■ 경찰 측 주장의 핵심

경찰은 검찰이 경찰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검찰권이 무소불위(無所不爲:못할 일이 없음)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시킴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고 국민의 인권 보장에 더 충실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사권이 독립될 경우 경찰권이 비대해져 오·남용의 위험이 커진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기우라고 반박한다.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된다 하더라도 수사의 개시 및 진행에 대해 독자적인 권한을 갖게 될 뿐, 수사종결권 및 기소권을 검찰이 여전히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권의 오·남용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이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은 이미 수사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경찰을 독립적인 수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검찰의 보조 역할로 한정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경찰이 수사의 주체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 검찰은 일부 특수사건을 제외하고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으며 경찰이 수사를 마친 사건을 검토하여 기소 여부의 결정 및 공소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경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 국민의 시각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검찰의 주장이나 경찰의 주장 모두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리 있는 주장만으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양측은 공히 국민의 인권 보장을 논거로 내세우면서 자기정당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과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다수의 국민은 검-경 모두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왕조시대의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일제 강점기나 독재정권 하에서의 검찰권이나 경찰권은 불법적 국가권력의 대명사와 다름없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의 변화로 반세기 이상 축적된 부정적 인식을 씻어 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이 검찰에 대한 불신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대민 업무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식적인 통계 수치만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압도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또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 등을 고려할 때 불신의 정도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검찰과 경찰 모두가 비중 있게 주장하는 인권 보장을 위한 수사권 독립 또는 수사 지휘권 유지 주장은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해결의 방향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해결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문제 해결보다는 중장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검찰 측에서도 인정하듯이 경찰의 인력이 고급화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운데서 인권 보장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경우에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거부할 아무런 논거가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확실한 합의를 먼저 이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경찰의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독립시킬 경우에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수사권의 독립이 인정된 이후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없음으로 인해 경찰권이 더 많이 오·남용되고, 그로 인해 인권 침해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차적으로는 민생 치안에 대해 독립된 수사권을 인정하고, 이를 점차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의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편이 수사권 조정에 따르는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수사권, 수사지휘권, 사법경찰, 검찰권, 경찰권,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사종결권, 기소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따르는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 보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