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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여성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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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일정 금액 이상 세금을 낼 수 있는 남성들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진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에 반기를 들었던 여성이다. 그녀와 세 딸은 1903년 WSPU라는 단체를 만들어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했다. 단식'폭력시위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고 감옥도 들락거렸다. 에멀린은 한 해 12차례나 단식투쟁을 벌인 때도 있었다. 마침내 1913년, 에밀리 데이비슨이란 여성이 조지 5세의 경마장에 뛰어들어 1인 시위를 하다 말에 밟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 참정권자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결국 1918년, 영국 정부는 30세 이상 여성에 한해 선거권을 주었고, 1928년에는 완전한 남녀 평등 참정권을 허용했다. 여성 참정권은 앞서 1893년 뉴질랜드를 효시로 미국 1920년, 프랑스 1944년, 우리나라는 1948년에 인정됐다.

◇새해 국제사회에서 여성 대통령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16일엔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졌다. 15일 칠레 대선에선 의사 출신의 미첼레 바첼레트가 승리, 칠레 첫 여성 대통령에 등극하게 됐다. 또 이날 핀란드 대선에서는 타르야 할로넨 현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둬 재선이 확실시된다.

◇세계 최초 여성 대통령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이다. 80년대엔 코라손 아키노(필리핀),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아이슬란드), 루트 드라이푸스(스위스),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메리 로빈슨, 매리 맥컬리스(아일랜드), 할로넨(핀란드), 차모로(니카라과), 미레야 모스코소(파나마), 메가와티 수카르노(인도네시아), 글로리아 아로요(필리핀), 반다라나이케 쿠마라퉁가(스리랑카) 대통령 등이 역임했거나 재임 중이다.

◇1970,80년대의 여성 대통령 중엔 유력 정치인의 아내 또는 딸로서 그 후광을 업은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자력으로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아일랜드의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은 뛰어난 국정 운영으로 재임 중 그 지지도가 무려 93%에 이르렀다. 지금도 여성 대통령을 둔 아일랜드에선 남자 아이들이 엄마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남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나요?" 전 세계적으로 정치 여풍(女風)은 갈수록 드세어질 전망이다. 한국에 그런 바람이 불어올 날도 그리 멀진 않은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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