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 바람이 거세게 일고, 문화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세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욘사마 신드롬'을 달군 '겨울 연가'에 이어 '대장금'이 동아시아에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기세는 중동과 남아프리카, 남미와 미국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국내에서도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의 연령 하향 추세 등에 따라 '스타 신드롬'에 빠져 드는 10대들이 급증하고, 이를 겨냥한 기획사'연기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한다.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의 열망은 그야말로 갈수록 뜨거워지는 모양이다. 실제 연기자'가수 등 연예인 모집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현장엔 수백, 수천 명씩의 지원자들이 몰리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 단 한 명만 뽑는 '슈퍼스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 4천400여 명 중 62%가 7세에서 18세까지의 학생들이었으며, 결선에 오른 12명도 모두 10대여서 10년 전보다 평균 연령이 무려 열 살 정도나 낮아졌다고 한다.
○…이 같은 연령 하향은 가수 보아 등장 이후 더욱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원자들의 역량이 눈에 띄게 탁월해져 심사위원들이 누구를 탈락시켜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라니 기가 찬다. 심지어 7년 동안 768번이나 오디션을 본 10대가 있는가 하면, 그 '좁은 문'을 열려고 피부 관리에다 성형 수술을 하며, 인터넷에서 드라마'영화 대본을 다운받아 닥치는 대로 연습하고 도전할 정도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열풍이 10대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엔 연예인을 '딴따라'라며 경시하는 부모가 많았으나 그 풍조가 자취를 감춘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자들 중엔 부모가 오디션 현장까지 나오는 등 적극 지원하는 데 힘 입는 경우가 많을 정도라니 세상이 엄청 달라졌음에는 틀림없다.
○…지난해 기획사에 돈을 주려고 사채를 쓰다 빚더미에 앉은 한 연예인 지망생이 친할아버지 인감 위조로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았다가 검거된 일이 있었다. 스타가 돼 보려고 사기극까지 벌인 경우였다. 지망자는 많아도 연예계의 문은 더욱 좁아졌기 때문에 '성공한 0.1% 뒤엔 99.9%의 도전자'들이 남게 마련이다. 이 상황에선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크다. 10대들의 '스타 신드롬'은 여러 가지 걱정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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