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동네-(11)경상북도공무원문학회

딱딱한 공직사회에 은은한 문학의 향기

어쩐지 딱딱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는 공직사회에 문학의 꽃나무를 심고 가꾸며 향기를 불어넣고 있는 문학단체가 있다.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문학의 텃밭을 일구며 소담한 꽃을 피워온 경상북도공무원문학회.

공무원으로서 자기발전을 위한 정서를 함양하고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며 회원 상호 간 친목을 도모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추구하려는 취지의 경북도공무원문학회는 1987년 결성됐다.

그해 6월 당시 경북도 내무국장이었던 서상은(초대회장) 수필가를 중심으로 18명의 회원이 모여 "공무에 충실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고 마음밭을 닦고 스스로 삶의 가치를 높이자"는 데 공감한 것.

초창기에는 동인지 '경북'을 한해에 2~4집을 엮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몇차례 동인지가 나오자 당시 대구문인협회 회장이던 고 전상열 시인은 제3집에 기고한 글에서 "행정공무원들이 문학회를 조직해 문학지를 발간한 사실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지역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전국적인 관심도 불러모았다.

경북도문학회는 그 후 19년 세월 동안 동인지를 32집이나 펴냈다. 처음에는 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문학회를 운영해 등단 회원도 4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경북도내 전 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회원 60여 명에 신춘문예와 유명 문예지로 등단한 회원만도 전체 회원의 절반인 30명에 이른다.

회원 중에는 시집이나 수필집 등 개인 문집을 발간한 사람이 27명으로 그 중에서도 3권 이상 발간한 사람이 5명, 두 권 이상이 7명이나 된다. 특히 1989년 고 이재행 시인이 금복문학상을, 또 지난해에는 서숙희(포항시 시립도서관장) 회원이 경상북도문학상을 수상했다.

황인동·황무룡·서정은·박기동 회원은 대구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이근덕 회원은 2003년 제6회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 시조로 당선되었다. 또 황인동 시인이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으로, 서숙희 시인이 경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문학회의 오랜 발자취만큼이나 작품의 수준과 문단 기여도에서도 뒤지지 않는 자부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간부급 공직자의 문학회에 대한 관심도 각별해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2001년에 발간한 동인지 28집에 '히말라야시더의 증언'이라는 자작시를 실었고, 부지사를 역임한 김광원 국회의원과 박명제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회원인 정장식 포항시장과 장미향 도의원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2003년 제30집에서는 경북도 자매도시인 일본 시마네현과 중국 하남성 공무원의 작품을 특집으로 다루었고, 2005년 제32집에는 '독도'를 특집으로 부각시켜 문학 작품을 통해 독도가 경북도의 땅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공무원문학회를 거쳐간 지역 문인으로는 서상은(수필가)·김종욱(수필가)·육수번(시인)·황인발(수필가)·황인동(시인)·엄지호(수필가)·장원달(시인)·이희복(시인)·고 이재행(시인)·고 임무웅(시인) 등을 꼽을 수 있다.

경북도문학회는 매년 동인지를 내는 것 이외도 2001년 12월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 기행' 행사를 마련해 영양 광산문학연구소를 찾아 작가 이문열의 특강을 듣고 밤새워 문학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2004년에는 청마문학관을, 2005년에는 이호우 생가를 방문했고, 시 낭송회와 시화전, 유명 문인과의 합평회, 시와 도자기의 만남전, 시와 사진의 합동전, 시와 국악과의 어우름 등 다양한 문학행사도 펼쳤다.

경북도문학회는 최근 6년 동안 문학회를 이끌어온 황인동(전 청도부군수) 회장이 명예 퇴임하면서 임원직을 새롭게 개편했다. 회장에 황무룡(농정과), 부회장에 서정은(사회노인복지과)·김귀현(포항시 사회복지과), 사무국장에 이근덕(고령군 산업과)을 선출하며 병술년 새해의 새로운 변신과 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경북도청에서 '국악과 함께하는 시 낭송회'를 열고. 앞줄 오른쪽부터 이희복 시인·정민호

경북문인협회장·황인동 시인, 한 사람 건너 한혜련 시인(경북도의원)·김종욱(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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