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동안 우리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김계향(73) 할머니가 한글을 배운뒤 선생님께 보낸 편지글이다.
문맹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포항 용흥제일교회 내의 '포항사랑학교'에서는 '가, 나, 다, 라...'부터 시작해 책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9월6일 문을 열 당시 6명에 불과했던 학생이 5개월 지난 지금은 2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늦깍이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로 학업의 기회를 놓쳐 한글을 배우지 못한 채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글의 소중함을 느낀 노인들이다.
처음 한글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끄럽다" "이 나이에 뭘 배우겠냐"며 꺼렸던 노인들은 이제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두 손을 꼭 잡고, 고마워하면서 "자신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한글을 전혀 모르거나 잘 읽지 못하는 민들레 1반, 읽기는 되지만 쓰기가 안되는 민들레 2반으로 나눠 6명의 교사들이 정성 껏 가르치면서 노인들은 학습효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학교에서 20여㎞ 떨어진 구룡포에서 통학하는 정정순(71) 할머니는 그동안 운전기사나 손주에게 물어서 버스를 탔지만 한글교실에 다니고 부터는 버스노선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됐고, 입학 당시 한글을 몰랐던 김춘자(68) 할머니는 전국에서 2천500명이 참가한 전국 문해협회(문맹자에게 글을 가르치는 단체) 주관 글쓰기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달부터 정보통신부 주관 문해정보교육기관으로 선정돼 한글을 터득한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도 함께 하고있는 이 학교에는 7일 6명의 신입생이 새로 들어와 한글정복에 동참했다.
홍보담당인 박순호 목사는 "휴강을 싫어할 만큼 어르신들의 배움 열정이 뜨겁다"면서 "가르치는 교사들이 자극을 받아 게으름을 피우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사진 : 포항사랑학교 할머니들이 선생님으로부터 한글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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