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11사태로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진 뉴욕 시민들에게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충격에만 휩싸여 있는다면 테러범들에게 지는 겁니다. 훌훌 털고 일어나 쇼핑도 다니고, 뮤지컬 '프로듀서스'도 보러 다니십시오."
멜 브룩스가 1968년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 '프로듀서스'를 뮤지컬로 각색해 2001년 4월 초연한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그렇게 뉴욕시민들을 하나 둘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뮤지컬은 미국 뮤지컬의 역사를 단숨에 바꿔 버리는 '최고의 흥행작'으로 이름을 남겼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다인 12개 부문을 수상. 그해 토니상에서 주연과 조연 전 배우를 포함해 작품, 연출, 각본, 음악, 의상 안무 등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노미네이트 되는 이변을 낳은 작품이 뮤지컬 '프로듀서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의 기상천외한 사기행각을 그린 코미디 뮤지컬 '프로듀서스'는 한때는 최고의 프로듀서였지만 지금은 몰락한 맥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맥스는 어느 날 프로듀서를 꿈꾸는 소심한 회계사 레오에게서 공연이 망하면 거액의 차익을 빼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둘은 "실패해야 산다"는 의견 일치 속에 철저히 망할 수 있는 공연을 올리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가장 형편없는 대본과 보잘 것 없는 연출가를 섭외하고 매력 없는 배우까지 동원해 첫날 망하게 하려한다. 이렇게 탄생한 엉터리 뮤지컬 '히틀러의 봄날'은 무대에 올려지는데···.
프로듀서스는 화려한 쇼 형식의 브로드웨이 전통 뮤지컬 형식에 현실 비판의 풍자 짙은 코미디를 함께 버무렸다. 여기에다 게이·인종·정치 등 브로드웨이에서는 흥행을 넘볼 수 없다는 불문율 같던 소재들을 다룬다.
전통적인 코미디 양식으로 극본과 연출의 높은 완성도, 웃음을 더욱 절묘하게 만드는 안무와 의상 등 각 요소들이 어우러져 객석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위트 넘치는 대사는 관객들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에도 불구, 작품 전반에 걸친 미국식 유머, 그리고 히틀러와 나치즘, 게이문화 등의 생소함은 우리 관객들에게 낯선 느낌을 준다. 또 원작 대사가 주는 언어적 즐거움도 번역을 거치면서 그 맛을 100% 재현해 내지 못한다. 막 내린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귀에 오래도록 남는 노래를 찾기 어려운 것도 기존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점.
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무대와 의상 등 제작 전반의 시스템을 공수해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제작사의 말처럼 무대장치, 의상, 안무 등은 수준급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와 TV에서 낯익은 배우 송용태(맥스)와 김다현(레오)이 호흡을 맞추고 백치미 흐르는 맥스의 비서로 등장해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을 글래머 미녀 '울라'역에는 최정원과 진수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11~31일. 화·목·금요일 오후 7시 30분. 수·토·일요일 오후 3시·7시 30분(월 공연없음). 대구오페라하우스. 3만~11만 원. (수요일 낮 2만~9만 원). 053)421-1980.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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