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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바둑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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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등교육은 효율성의 측면에서 비난을 받곤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암기한 지식을 검증 받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전인교육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데, 그런 이유 가운데 정직성·성실성·동기유발·책임감·창의성 등을 검증하지 않는 수능시험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중등교육의 방법론 개선을 고려할 경우, 한국의 바둑 기사들이 세계에서 최강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상관성이 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에 잠시 동안 바둑과 교육의 관계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나는 영국에서 번역된 바둑 책을 모두 구해서 읽은 뒤 한국으로 왔다. 그런데 여덟 살 난 어린이도 나보다 더 수를 빨리 읽고 나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는 데 대해서 매우 놀랐다. 나는 이 점을 탐구해 보면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한국인은 강한 근면성과 집착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덕목으로 인해서, 바둑 기사들은 모든 포석과 정석을 완전히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서구인들이 생각하기에 한국 학생들은 암기에 치중함으로써 창의성을 말살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의 경우, 일단 정석·포석·사활·끝내기 등의 기법을 체득하게 되면, 그들은 '수평사고'(lateral thinking)'를 하게 된다.

이것은 고도의 질서 정연한 사고방식을 뜻한다. 바둑에 관한 한 어떤 기사들은 '느낌으로' 수를 선택하는 반면, 또 다른 기사들은 '모양으로' 수를 선택한다. 다시 말해서, 기사들은 머릿속에 바둑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 베이스를 갈무리하고 있으며, 이 바탕 위에서 본능과 '유형 인식'(pattern recognition)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 바둑 기사의 우수성'에 관한 이야기를 되새겨 볼 때, 한국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2차적으로 그것을 내면화할 수 있고, 3차적으로 그것을 수평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그리고 과제 해결의 기초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제까지 한국의 중등교육은 이 과정의 첫째 단계에 초점을 두어 왔으며, 셋째 단계를 개발하는 데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런 뜻에서 바둑 두기를 수능 시험의 일부로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앤드류 핀치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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