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간지 '시인세계', 월드컵 특집 '시의 문법, 축구의 문법'

그라운드 위에 공 하나를 올려놓고 펼치는 감동의 서사시. 시와 축구에 대한 감동은 세계가 공통이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가 '시의 문법, 축구의 문법'이란 주제의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5명의 한국 시인을 비롯해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프랑스·맥시코·아르헨티나·일본·독일의 대표적인 시인들이 보내온 글을 통해 축구에 대한 세계인의 교감과 시적 관심을 압축한 것이다.

각국 시인들의 시와 산문을 통해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대중의 서사시로, 삶을 충일시키는 아름다운 놀이로, 유년의 원형적인 기억으로, 사랑과 오르가즘으로 전이된다.

프랑스의 여류 시인 까띠 라뺑은 "축구야말로 영웅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는 20세기의 인류가 창안해낸 또 하나의 신흥종교이자 소통의 장이요 꿈을 실현하는 무대"라고 토로했다. 멕시코의 시인 호세 루이스 킨테로 카리요는 '잔디 위에 인생을 굴리는 것'을 '시'라고 표현했다.

일본 시인 혼다 히사시(本多壽)는 '로스 타임'이라는 작품 속에서 "가난했던 소년 시절 풀밭에서 굴러온 공기 빠진 축구공 하나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독일의 시인 라인하르트 움바하는 '멍청한 긴 패스'라는 시를 통해 공 하나 때문에 수천 명이 욕설을 퍼부어 대는 상황을 유니크하게 그렸다. 또 '거부하는 사람들'이란 산문에서 월드컵을 통한 민족주의의 대립과 갈등 구조를 해박한 축구지식과 함께 풀어놓고 있다.

축구시집인 '공의 업적'으로 각광을 받으며 이번 월드컵에서 라디오 해설까지 맡게 될 아르헨티나 시인 월터 사아베드라는 '절대로'라는 시에서 "축구에 미쳐보지 않았다면 사랑도, 고통도, 눈물도, 우정도, 오르가즘도 결코 모를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에게 축구는 곧 인생인 것이다.

우리나라 시인들도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10여 년 조기 축구회에서 공을 찼던 이성부 시인은 "축구는 내 삶의 모든 것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축구팀 선수 출신인 오탁번 시인은 "철부지때 부터 자리잡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역사와 세계를 인식하는 주춧돌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장석주 시인은 '축구, 그 시적 은유'라는 글을 통해 "축구는 돈오(頓悟)의 순간을 기다리는 인간의 욕망과 같다"며 "축구가 벌어지는 경기장은 우주이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고 정의를 내렸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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