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시비비 코너] 부동산 거품 붕괴 논란

청와대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버블)과 붕괴 가능성에 대해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특히 아파트값에 어느 정도의 거품이 있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 붕괴 가능성이 있는지, 거품 붕괴 논쟁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에 몰려 있기 때문에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부동산 거품 규모

정부는 거품의 주요 대상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을 지목했다. 거품의 핵심인 강남 3개 구의 아파트 수는 전국 아파트(688만2천 가구)의 3.6%(24만8천 가구)에 불과하지만 아파트값 총액(공시가격 기준)은 140조4천억 원으로 전국 아파트값 총액(873조7천억 원)의 16%나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강남 아파트값의 13.7%가 거품이라고 분석했고, 대신경제연구소는 45.7%가 거품이라고 했다. 정부가 거품이라고 보는 이유는 연평균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거품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다. 소득 증대가 집값 상승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거품이라고 못 박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의 거품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해 무턱대고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유분방하고 평등을 강조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국제화된 대기업이나 혁신적 기술기업, 지식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곤 한다. 이기적이고 교육·경제적 성공을 중시하며, 압축적 도시화의 후예답게 농촌의 감수성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이 선호하는 곳이 '버블 세븐'이기도 하다. 그곳은 경제적 욕망이 폭주하고, 평등하기도 하며, 질투심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기도 하는 곳이다.'(신문 칼럼)

거품 규모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협소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갖는다. '일곱 곳은 특수지역이라고 하기엔 너무 넓고 많은 국민이 사는 지역이다. 지방도시의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을 넘고, 개발 호재만 있으면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치솟는 것 역시 설명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정확한 통계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기초'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방어벽 쌓기에 열중할 게 아니라, 시장 흐름을 제대로 다시 살피길 권한다.'(신문 사설)

▨ 거품 붕괴 가능성과 여파

거품은 언제고 터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거품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터질 것인가 말 것인가, 터지는 여파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예측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붕괴를 가정하면 정부든 전문가든 언론이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목소리가 다를 리 없다. 관건은 거품 붕괴가 발생할 것이냐, 발생한다면 일본식 부동산 거품 붕괴처럼 경기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냐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반드시 폭락을 동반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3~2005년 사이 국내 아파트값은 15.3%나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 7.4%의 두 배가 넘고, 특히 강남은 4배 가까운 28%나 올랐다.

거품 붕괴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분석도 있다. 일본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 조건에서 다르기 때문에 급격한 일본식 붕괴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일본은 10년 동안 5~6배나 올랐지만 강남은 2001년부터 80%가량 올랐을 뿐이고, 일본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 데 비해 우리는 국지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은 90년대 초반 은행들의 담보 인정 비율이 120%까지 상승했지만 우리는 50% 안팎이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품 붕괴의 여파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되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돈을 빌린 기업과 가계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국가 경제 전체가 비틀거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 집값이 갑자기 떨어지면 단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무더기로 매물을 내놓게 되고, 이는 2차 폭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리가 오르면 아파트를 사거나 보유하기 위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게 되는데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86.7%가 시중 금리에 따라 오르내리는 변동금리라서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부동산 거품이 국지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거품 붕괴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버블은 일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초점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사실 거품 논쟁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시장 하락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보다 작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신문 기사)

▨ 정부 의도에 대한 시각

최근 연이어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는 정부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곱지 못하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뜬금없다며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는 정부가 바람몰이를 한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월드컵 축구, 여름 비수기,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국회 통과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정부가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경고와 협박만 계속할 뿐 대책 마련이나 일관된 정책 추진은 볼 수 없다는 비판도 강하다. '정부 말대로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면, 조용히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면 된다. 거품이 꺼지기 직전이라면, 닥쳐올 금리 인상, 가계 불안, 거시경제의 동요에 대비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정부는 거품 붕괴의 충격은 크지 않다고 한다. 더 강력한 조처를 이야기하면서, 또 판교·송파 새 도시, 강북 개발을 추진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신문 칼럼)

여론의 질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지난 20일자 국정브리핑에 잘 나타난다. 우선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경고는 언론이 먼저 시작해놓고 막상 정부가 경고하고 나서니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비판 논리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시장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1차적으로 학자나 민간 전문가, 전문연구기관, 그리고 이들의 입을 빌리는 미디어의 몫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정상적인 메커니즘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검증 안 된 부풀리기식 통계가 횡행하고, 부동산 분양광고가 신문 기사의 내용까지 바꿔놓고, 합리적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조차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비트는 언론의 정보전달 구조에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정부의 발표를 왜곡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책임도 제기한다. '정부의 정책의지를 연일 협박으로 몰아세우는 보수언론들은 스스로 거품을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버블의 붕괴가 아닌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부동산업자들의 입맛에 맞는 거품 조장성 기사들로 부동산면을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 메시지에 불안한 것이 아니라 거품의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 때문에 진짜 불안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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