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입장표명 자제속 與동향 '관망'

청와대는 2일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놓고 여당 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정책기조의 수정 내지 보완방안을 검토키로 한데 대해 구체적 언급을 삼간 채 당내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수용한 만큼, 이제는 당정이 소모적 갈등보다 민심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책임론'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개별 의원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에서 선거결과에 대해 의원들의 이런저런 고뇌가 있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본다"며 '당론'이라기보다는 선거패배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온 한 견해로 간주했다.

당의 지도체제 구성 및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정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는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태도에는 정동영(鄭東泳) 의장 사퇴 후 당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고 갈등기류가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차원의 문제제기가 불필요한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이번 선거로 인해 참여정부 정책기조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이지만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당정이 그간 추진해온 양극화 극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정과제와 부동산 대책, 사법.국방개혁 등 주요 정책 대부분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여야 합의로 추진돼온 것인데, 선거 후 대책으로 이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펴는 것은 위기의 해법도 될 수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1일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 핵심 참모는 "이번 선거가 양극화나 한미 FTA 등 구체적 정책과 이슈를 내걸고 국민에게 평가를 받는 선거가 아니었고, 그런 정책이라는 것 또한 대통령 혼자서가 아니라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서 이뤄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다른 참모는 "앞으로 선거결과의 반성으로, 국정운영 과정에서 특정 정책에 대해 속도를 늦추자던가 다소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여론과 의견이 모아진다면 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할 것"이라며 "그러나 당장 선거에서 졌으니 민심을 받아서 기존 정책을 다 바꿔라는 식으로 나가면 결국 말싸움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준(金秉準) 전 정책실장도 선거패배가 예견된 지난 30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 기조에는 절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당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양도소득세 인하 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완화하는 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지지를 받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문제가 선거의 주요 패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근거가 빈약하고,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와대 분위기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李海瓚) 총리 교체 의견을 수용했고 야당과 대화를 통해 국회 문제를 풀고자 하지 않았는가"라며 "실제로 대통령은 대연정 이후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당신이 표현한 것처럼 실용주의적 노선을 많이 취하고 있고, 대화와 타협 정치를 강조해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거 패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둘러싼 당정간 마칠이 자칫 '네 탓 공방'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차분하게 대화로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변인은 "지도부 구성 문제가 확정되면 (새 지도부가) 청와대를 방문하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때 당 차원에서 선거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이런저런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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