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 축구에 이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4강에 오른 국가대표 야구 선수들에게도 병역 특례가 내려 졌다.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했고,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즐거움을 선물한데 대한 보상이겠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들에게도 병역을 면제해 주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그들의 공헌이 운동선수들에 못지않다는 것이 근거일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앞둔 정치권의 제법 영향력 있는 인사도 긍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보도도 접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이들과는 달리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 속에 수년 동안 차디찬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약 700여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이유로 감옥에 가고 있고, 해방이후 현재까지 처벌된 누적 숫자만해도 1만여명에 달한다.
형사절차나 처벌에 있어서도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실형을 받는다.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후에도 이들은 전과로 인해 공무원 임용이 불가하고, 민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신원 조회에서 탈락되는 등 거의 사회적 낙오자가 된다.
한마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전과자로의 낙인과 함께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는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 이들을 우리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이 사회일각에서 꾸준히 있어 왔다. 그 것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다.
대체복무제란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하는 자에게 무조건적인 집총병역의무를 강제하기 보다는 이들의 양심상의 갈등을 덜어주면서도 집총병역의무에 비견되는 다른 내용의 국방의무를 스스로 이행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과 유사한 대만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다. 도입당시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대체복무제도가 정규병보다 쉽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화되면서 형평성 시비도 많이 줄었다. 대만의 대체복무제도의 경우 입소당시부터 사격 등 군사훈련을 제외하고는 다른 기초훈련은 모두 받고, 우리나라의 공익요원과는 달리 엄격한 단체생활을 하고 있으며, 복무기간도 정규병에 1.5배가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대체복무자들이 활동하면서 주민들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변화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이 분단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를 허용할 경우 병역거부 풍토를 확산시키고 특정집단에 대한 특혜시비로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반대론자들의 주장 또한 일응 타당하고 매우 중요하다. 결국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문제는 누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열린 공간에서 보다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러한 측면에서 논의자체를 부정하고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는 일부 강경론자들의 태도나 매년 수백명을 전과자로 만들 줄만 알았지 이들의 고통과 양심을 애써 무관심내지 방임했던 정부의 태도는 이 문제에 대한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보여 진다. 이제 우리의 현실은 더 이상 이들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할 시점은 지났다.
우리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이들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제시할 시기에 와 있다.
이호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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