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몽 對 연개소문' 21세기 한판대결

'주몽이냐, 연개소문이냐'

같은 고구려사를 배경으로 한 대하사극이 안방극장서 한판승부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첫 방송된 MBC '주몽'(극본 최완규·정형수, 연출 이주환)이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국내방송 사상 최다 제작비(400억 원)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사극 SBS '연개소문'(극본 이환경, 연출 이종한)이 8일 첫 전파를 탔다. 방영 시간대는 월, 화와 토, 일로 다르지만 둘 다 고구려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몽이 시청률 30% 중반을 넘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연개소문 또한 45%를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전작 '하늘이시여'의 후광 효과가 있어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연개소문' 측은 '주몽'의 파죽지세를 꺾기 위해 1·2회 방송을 80여분으로 편성, 화끈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첫 주말 방송분 하이라이트는 투석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돌덩이와 수천 개의 불화살 등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그림'을 연출한 안시성 전투. 제작진은 이 한 장면을 찍는데 5개월 가량 공을 들였으며 제작비도 5억 원을 쏟아부었다. 연개소문 역을 맡은 유동근을 비롯, 당태종 서인석, 설인귀, 유태웅 등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여줬다는 후문. 수천 명의 보조연기자까지 합세해 스펙터클한 면모를 자랑했다.

'연개소문'은 일단 사극전쟁의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8일 전국 시청률은 22.9%로 '주몽'의 첫날 전국 시청률 14.9%를 뛰어 넘는 기록을 보였다.

그러나 산뜻한 출발을 한 '연개소문'의 강세가 지속될 지 아직은 미지수다. 카리스마 넘치는 유동근이 출연하는 안시성 전투가 3회로 끝나고 4회부터는 과거로 돌아가 연개소문의 젊은 시절로 내용이 바뀌기 때문. '하늘이시여'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태곤이 '청년 연개소문' 역을 맡아 유동근의 빈 자리를 채워줄 지 주목된다.

'주몽' 측은 겉으로는 애써 태연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연개소문' 방영의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이미 탄탄한 고정 시청층이 있어 시청률 이탈은 없겠지만 '연개소문'이 추격할 경우 향후 40%를 넘어 50%의 국민 드라마로 치고 나가는 데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모수(허준호)의 죽음 이후 느슨해질 수 있는 긴장의 고삐를 더욱 당기는 등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슷한 트렌디 드라마 일색인 가운데 고구려의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몽'과 '연개소문'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나란히 인기를 모을 것인지, 어느 한쪽의 우세로 귀결될 것인지, 선의의 경쟁은 시작됐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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