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대표 최고위원에 선출된 강재섭 의원은 정치 경력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당의 리더가 됐다. 사실상 지역 정치권의 구심점으로도 부상했다. 박근혜 바람을 타고 당 대표가 되었지만 '강풍' 역시 강했다. 문제는 앞으로 그가 보여줄 리더십이다. '화합형 리더'를 선거 기조로 세웠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전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의미=한나라당이 강 대표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합리성이다. '안정과 화합'의 욕구가 '변화와 개혁'의 기대감을 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그동안 현안에 따라 돌출하던 이견들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어느 정도 사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적'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2위로 내려 앉힌 것도 '강한 개성'을 보인 이 최고위원이 당내 결속 측면에서 신뢰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대권 구도에도 변화가 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심판형 대표론'을 내세우며 통합을 호소한 강 대표지만 박빙 승부의 예상을 깨고 대의원 선거에서 큰 표차 승리를 거둔 것은 박근혜의 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명박-박근혜 구도에서 일단 박 전 대표가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합리적 이미지인 강 대표를 적극 활용하며 당무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폭이 넓어졌고 대리전 논란을 불러왔던 이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지역 정치권도 변화가 기대된다. 강 대표 선거운동을 주도했고 당선 후 제일 기뻐했던 세력이었던 만큼 강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주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럴때 일수록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병참기지론', '영남당' 등 그동안 받아오던 비판이 결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세대교체 부재, 변화에 무딘 반응 등 스스로 뿌린 씨앗이란 것이다. 강 대표가 주요 당직 인선에 비 영남권 인사를 대거 등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제=후유증을 치유하는 게 급선무다. 당권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 3일부터 시작된 '8일간 열전'은 '뿌리론' '색깔론' 등을 앞세운 거친 공방으로 감정싸움이 격화된 채 막을 내렸다. 특히 대권주자의 대리전 양상이 노골화되면서 친박, 친이 세력 간 극한 대결양상도 빚어졌다. 이는 새 지도부가 깊어진 내부의 골을 메우고, 공정한 당운영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비주류 공세에 계속 시달릴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런 점에서 당대표가 행사할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의 인사와 당직개편 내용이 당장 주목된다. 친정체제 강화냐, 탕평책 실시냐에 따라 당내 기류가 갈릴 수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 경선 관리기구 구성문제는 강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의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표 측이 강 대표를 밀어준 흔적이 강한 만큼 이 전 시장 측은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수 있어 새 지도부의 결정을 사사건건 걸고 넘어질 개연성이 크다. 강 대표도 각계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경선관리위'를 조기 설치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지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일부 의원들이 강 대표를 돕지 않았거나 중립을 지켜온 만큼 이들에 대한 강 대표측의 포용이 있어야 한다. 강 대표를 돕던 의원들이 승리감에 도취돼 지역에서도 주류-비주류로 나눈다면 지역의 응집력을 스스로 깨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강 대표 입장에서도 지역의 구심점이 된만큼 지역과 스스로를 위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년 정치 여정에서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지역의 구심점이 됐고, 당의 리더가 된 강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