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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를 찾아서] 화재 전후 '이상한 징후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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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성탄절에 축성된 대구시 중구 계산동 대구본당은 한국식 십자형성당으로 첨탑없이 우리 정서에 맞게 기와집으로 지은 아름다운 주님의 집이었다. 십자형 성당은 한국 건축양식의 걸작으로 호평받았는데 지진으로 인한 화재로 소실돼 안타깝기 그지없다.

1901년 2월4일 밤, 십자형성당에 신자들이 모여있는데 성체등이 성가대로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성체등을 올려 놓고 불을 붙이려는데 왠일인지 불이 붙지 않았다. 이상했다. 할 수 없이 복사가 제대에 양초를 올려놓고 불을 붙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제대 위 촛불은 붙었다가 꺼지고, 붙었다가 꺼졌다. 네 번 만에 제대 양초에 불은 붙었으나 불빛이 아주 희미했다. 모두들 "뭔가, 무슨 일이야?" 궁금하게 여기며 기도를 마치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똥별이 성당 위로 떨어졌다. 높은 곳에서 사인(sign)이 계속 됐지만 뭔지 몰랐다. 조금 뒤 대구에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부산의 집도 기울게 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다.그 바람에 양초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양탄자에 불이 번졌다. 마침 불어오는 격렬한 바람을 타고, 십자형성당은 화마에 휩싸였다. 시뻘건 불길은 옆에 있는 해성재와 이웃 초가집들까지 위협했다.

순간, 김보록 주임신부(사진)가 본당으로 뛰어들어 성수를 갖고 나왔다. 화상을 입은채로 김 신부가 성수를 뿌렸더니 불길은 건물 내부로 잦아들며 사그라졌다. 순식간에 귀하고 아름다운 십자형 성당을 소실한 김 신부는 간절하게 기도했다. "잿더미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주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련을 겪게 하지 않느냐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준 김 신부와 신자들은 1902년 완공, 1918년 증축한 계산성당은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영원으로 이어가는 구원의 현장이다.

최미화 편집위원

도움 마백락 영남교회사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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