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김남일을 대표팀 주장으로 임명하자 이제 추억으로 자리잡아가는 독일월드컵대회 기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바이에른 레버쿠젠클럽의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근육의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맨발로 수중 보행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즐거워하며 조용히 수중 보행통로를 빠져나왔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김남일은 물 속을 빠져 나오면서 곁에 늘어선 취재진들을 향해 손으로 물을 퍼 뿌렸다. 예기치 않은 김남일의 장난으로 그날 훈련의 분위기는 유쾌하게 마무리됐다.
때때로 장난기를 보이지만 말수가 적고 솔직하며 싸움꾼 기질까지 갖춘 김남일은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미래의 주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결국 부상중인 골키퍼 이운재를 대신해 임시 주장직을 맡았다. 그는 소속팀 수원 삼성에서도 주장을 맡아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김남일의 이러한 매력은 K리그 올스타 팬투표에서 그를 1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17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나서는 잉글랜드는 스티브 맥클라렌 신임 감독이 전 주장 데이비드 베컴을 제외한 대표팀을 구성했고 베컴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갖춘 존 테리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6년간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던 베컴은 동료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신망이 두터운 스타일인데 반해 수비수 존 테리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리더십까지 갖춰 동료들의 존경심을 이끌어낼 정도로 카리스마를 발하는 스타일.
잉글랜드와 한국 등 조직력을 중시하는 축구에 비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축구는 주장의 비중에 의존하기 보다는 선수들 개개인의 뛰어난 개인기와 창의성을 중시한다. 독일월드컵대회에서 사상 최강의 진용을 갖췄던 브라질이 그러했으나 브라질은 결국 구심점 없이 열정적인 플레이를 보이지 못한 채 추락하고 말았다.
브라질 신임 감독으로 나서는 카를로스 둥가는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주장으로 꼽히는 인물. 1994년 미국월드컵대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후방의 궂은 일을 도맡으며 동료들을 강력하게 이끌어 우승을 일궈낸 그는 독일에서 실패를 맛본 브라질 축구에 강한 팀 정신을 불러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홍명보 코치와 이운재는 과묵하며 진지한 스타일. 임시 주장을 맡은 김남일은 과묵하면서도 엉뚱한 데가 있어 이들과는 구별된다. 최근 수년간 약체 팀과의 원정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축구가 16일 약체 대만과의 아시안컵 축구 예선전에서 김남일의 지휘 아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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