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프랑스인 둘의 강원도 여행

한국에 온 뒤 처음 떠나는 강원도 여행. 지난 2월 한국에 온 드루애 실바인(26.영남대 교환학생) 씨와 한국에 온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루오 아르멜(23.여.프랑스 문화원) 씨는 13일 오전 6시30분 대구시 중구 밀리오레 건물 앞에서 위크투어(www.weektour.com) 여행단 일행과 함께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실바인은 영남대 기숙사가 너무 멋 탓에 전날 대구시내에서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밤새 놀다 곧바로 약속장소로 나왔다. 아르멜 역시 강원도 여행이라는 설렘에 밤새 잠을 설쳤다.

젊은 여행객들과 어울려 대구를 떠나 경북 안동, 충북 단양 등을 거쳐 4시간여만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봉평 허브나라 농장. 농장 안에 들어서자 수백가지 각종 꽃향기가 주변의 맑은 공기와 어울려 상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아르멜은 "프랑스에는 각자 집 앞에 작은 꽃 정원을 두는데 이곳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허브 농장은 처음"이라며 곳곳을 둘러보며 꽃향기를 맡았다. 실바인도 "세익스피어, 성경, 달빛, 햇빛, 향기 등 테마별로 구성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고 좋아했다.

점심은 오삼불고기와 황태국. 처음 맛보는 독특한 조합인 오징어와 불고기의 만남, 그리고 숙취해소를 위한 황태국이 두 프랑스인의 혀끝을 즐겁게 해줬다. 둘은 "고추장이 많이 묻어있어 약간 매웠지만 상추쌈에 싸서 밥과 함께 먹으니 별미였다."고 했다.

전날 잠을 설쳤던 피곤함은 맛있는 점심과 함께 사라지고 오후 2시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평창군 양떼목장에 도착했다. 해발 975m의 고지, 푸른 초원에서 200~300여 마리의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이곳이 한국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목장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 둘은 가장 높은 곳에 이르러 양 팔을 베개삼아 누웠다. 실바인은 이내 낮잠을 청했다. 10여분 뒤 이제 가자고 깨우니 다소 불만인 표정이다. 그는 "한국인은 여행할 때 한곳에서 사진찍고 또 옮기고 너무 빨리 움직인다."며 "프랑스인들은 한 곳에 머물며 충분히 쉬고 자연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양떼목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오자 양떼에게 먹이를 주는 건초체험장이 있었다. 양을 좋아하는 아르멜은 건초를 주다 깜짝 놀랐다. 양들이 초비만이었던 것. 모두 슈퍼 헤비급에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마치 돼지를 연상케 했다. 그는 "운동을 시키지 않고 먹이만 주는 것은 양을 학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떼목장에서 2시간 가량 보내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촬영지. 실바인은 지난 5월 DVD로 이 영화를 봤던 터라 감회가 새롭다고 했으며 아르멜은 한국의 두메산골 풍경이 너무 정겹고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둘은 "영화를 위해 너무 인공적으로 만든 티가 난다."며 "관광 코스보다 아늑한 쉼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쯤 강원도 여행이 끝났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대구에 도착했지만 둘은 "한국은 산, 계곡이 너무 아름답다."며 "여행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라고 웃었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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