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말도 마세요.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노세중(46) 사무처장은 종이를 주워 장애인을 돕는 정성란 할머니의 사연(본지 19일자 4면 보도)이 알려진 뒤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업무가 마비됐다고 하소연했다.
노 처장은 그러나 '전화 몸살' 때문에 힘도 들지만 '장애인복지 운동'을 하면서 최근 며칠만큼 기쁜날이 없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 기사가 나간 뒤 '할머니를 뵙고 싶다.'거나 '장한 할머니에게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다.'는 등의 사람이 잇따랐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무리 각박한 요즘 사회지만 아직도 세상엔 정성란 할머니의 행동에 감동을 받는 사람이 많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흐뭇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쌀·꿀·멸치 등의 선물을 할머니에게 드리겠다는 사람들이 저희 협회에 계속 연락을 해 왔습니다. 어떤 분은 꼭 한번 만나 따뜻한 밥 한끼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노 처장은 쏟아지는 전화에 단 한마디의 답도 해 줄 수 없었다고 한다. 정성란 할머니가 "물 한 잔도 얻어마시지 않겠다."며 연락을 끊어버린 것.
"할머니께서는 '얼마되지도 않은 돈을 기부한건데 이걸로 칭찬받는 게 부끄럽다.'며 종이 한장도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협회측에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할머니의 뜻이 워낙 강경해 야단만 실컷 맞았습니다."
할머니는 "나 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극구 선물받기를 사양했다는 것.
할머니는 또 매일신문 취재에 응한 이후로는 전국의 모든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하셨습니다. 자랑하자고 이런일 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기자가 할머니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역시 할머니는 이제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사코 만나길 거절했다.
김창환 대구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정성란 할머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빛과 소금같은 분"이라며 "할머니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으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처럼 참된 봉사가 무엇인지 일깨워주셨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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