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 너무 고맙…네…."
할아버지는 울고 말았다. 재활용 고물을 주워팔며 아들 내외가 외면한 손주 3명을 산자락 가건물에서 홀로 키우는 김판철(62·가명) 할아버지. 그의 사연이 보도(본지 22일자)된 뒤 얼굴 없는 '착한 이웃들'의 온정은 기자의 전화통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리고 그 온정에 몸둘바를 모르던 할아버지는 25일 기자를 만나자 아이처럼 눈물을 쏟았다.
어느 기업인은 중풍을 앓는 할아버지가 건강한 몸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한의원 치료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우선 급한데 쓰시라."며 50만 원을 25일 맡겨왔다.
"매달 일정 금액을 할아버지에게 지정 기탁하겠다."는 '선한 시민들'의 격려 연락도 잇따랐다.
이불 빨래가 안돼 불결한 환경이라는 기사내용을 보고는 "찾아뵙고 매일 빨래라도 해드리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한 학생은 "정기적으로 찾아가 아이들의 공부를 돕겠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대구 서구청은 할아버지에게 추석 때 쓰라며 쌀 40kg을 26일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25일 할아버지를 찾아가 매일신문 보도이후 뒷얘기를 전하자 할아버지는 감각도 없는 손을 내밀어 기자의 손을 오랫동안 잡고 놓을 줄 몰랐다. 그리고 서른살 가량이나 차이 나는 젊은 기자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추석엔 이 할아비가 손주 녀석들에게 송편이라도 사줄 수 있겠는걸. 처자, 너무 고맙네. 이런 은혜를 입을 자격이 없는데 부끄럽네."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말솜씨가 없어 너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매일신문사는 학교를 다니는 할아버지의 손자·손녀들의 신상이 알려질까봐 기사 게재 당시 이 할아버지를 포함,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실명으로 된 은행계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복지단체 관계자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할아버지는 실명(김수용)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온정을 기대합니다. 도움 주실 분은 '대구은행(예금주:김수용) 074-13-048502'로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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