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도 성개방 시대가 열리는가. 성에 대해 금기시해왔던 TV가 본격적인 성 담론을 펼치고 있다.
성과 폭력은 인간의 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대중문화의 영원한 소재. 그동안 우리 대중매체는 비교적 폭력에 관대했지만 성에 대해서는 유달리 엄격했다. 사이버 세상에는 각종 음란물이 넘쳐나고 현실에서도 성 개방 풍조가 만연했지만 TV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 최근 그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여우야 뭐하니' "성을 양지로"
최근 TV의 성 담론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 작품은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극본 김도우, 연출 권석장). 고현정과 천정명이 9살 연상연하 커플로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지상파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한 성 묘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에 비해 과도한 수위라는 지적에 "요즘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이야기"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동안 TV 속 성 표현에 비하면 '진일보'한 작품.
"성이 더 이상 음지의 독버섯이 아니다"라며 성을 양지로 끌어낸 이 드라마는 선정성 논란과 함께 TV가 얼마나 성에 대해 솔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그동안 TV드라마는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을 다룰 뿐 그에 따르는 성에 대한 표현은 자제돼왔다. '여우야 뭐하니'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표현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에나' "한걸음 더"
신생 케이블·위성TV 채널 tvN이 11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오후 11시 방송하는 '하이에나'(극본 이성은, 연출 조수원)는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며 '여우야 뭐하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상파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유료방송 드라마인 만큼 노출 수위도 더 파격적이다.
'하이에나'의 표현 수위를 보면 '여우야 뭐하니'의 선정성 논란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낯뜨겁다. 전문 에로배우까지 동원해 전라의 정사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지상파 드라마는 대사에 의존한 성 묘사에 그치지만 '하이에나'는 올누드 베드신까지 포함돼 있어 도마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하이에나'도 선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화끈함'으로 무장한 탓에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표현 수위 면에서는 영화와 지상파방송 중간 지점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성 표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된다"
그 외 케이블TV 수퍼액션이 방송하는 '시리즈 다세포소녀'도 인터넷 연재만화 '다세포소녀'를 원작으로 한 성인용 드라마로 선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또한 최근 각종 토크쇼 등 오락프로그램들도 성을 '당당히' 소재로 삼고 있다.
물론 TV가 인간의 성과 욕망을 그리는 것을 더 이상 이상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아직 성을 노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며 이 논란은 끝없이 계속된다.
성이 소재의 확대가 아닌 시청자의 눈길잡기에 그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에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내걸고 제작된 작품이 수두룩했지만 그 목표를 제대로 이룬 작품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흐름에 대해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교수는 "성은 인간의 본원에 가깝고 본성에 소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TV도 이를 멀리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의 흐름은 그 표현 영토가 확장되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표현은 논란이 되며 TV매체의 특성상 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수위 조절의 문제는 있다"면서 "'여우야 뭐하니' 등이 그 문제 제기를 한 것이며 선정성 논란 자체는 이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건강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TV의 성 표현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근 시청률 지상주의에 따른 방송사들의 경쟁으로 시청자를 자극하는 지나친 성적 표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상파 방송은 유료채널과 영화 등 타매체와 달리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면서 "방송 종사자들이 TV의 사회적 책임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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