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대구는 재개발과 재건축, 그리고 주상복합 건축물의 신축으로 도시개발의 르네상스시대를 구가해 왔다. 한 동안 대구 곳곳에 개발 열풍이 몰아치더니, 다시 얼마 전부터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인한 주택수요의 급감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개발 열풍도 식어가고 있다.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을 포함한 도시개발사업은 도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도시 전체에 대한 청사진 없이 사업지구별로 개발사업자의 이윤동기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이 마구잡이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민간 개발사업자의 이윤동기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학교용지 확보 없이 개발이 추진돼 공원용지를 학교용지로 용도변경하는 사례가 나타나는가 하면, 주변의 도로용량이나 스카이라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구별로 개발이 추진되는 바람에 계획적인 도시관리가 미흡하고 세계 일류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인 도시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이나 중기적인 도시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도시관리계획이 법정계획으로 수립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계획들은 도시의 공간영역별로 대체적인 개발방향만 제시하고 건폐율, 용적률, 건물층수 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만 적용하여 규제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내에서 건설이 추진 중인 주상복합 건축물의 경우 주상복합의 원래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실제로는 대부분이 주거용으로 건설되고 있어 허울뿐인 주상복합에 불과하다. 대구시내 곳곳에서 수많은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도시개발 청사진은 온 데 간 데 없고,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이윤추구와 시민들의 부동산투기 및 재산증식만이 관심사로 전락했다.
도시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유기체이다. 그리고 도시는 한번 개발되고 나면 최소한 수십 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구조화하는 특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도시의 토지이용은 불가역적(不可逆的)인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시개발은 시장원리에 맡겨두어서는 바로 시장이 실패하는 영역이다.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의 개입과 계획이 정당화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규제완화가 대세를 이루는 풍토 속에서도 도시개발에 관련된 많은 영역들은 오히려 지방정부가 더욱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세부적인 규제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에 주택 재개발 혹은 재건축 위주의 도시개발이 사업지구별로 대구시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된 데는 민간사업자의 이윤동기만이 있을 뿐이고, 대구의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와는 거리가 멀다. 도로, 학교, 공원용지 등 도시기반시설의 용량은 무시한 채 민간사업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재개발과 재건축이 추진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구 도심과 도심 인근의 일부 지역은 계획적 개발이 방치된 채 개별 지주들과 민간 개발업자들이 결합하여 이윤추구에만 집착한 나머지, 공익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기반시설의 용량을 초과하는 도시개발을 추진하여 왔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는 각종 기능이 무질서하게 섞여 있고, 노후 저층건물과 신규 고층건물이 뒤섞여 있으며, 재개발과 방치가 뒤섞여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노후화는 자연스럽게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수요를 낳는다. 도시건축물의 재건축과 기반시설의 확충은 도시재개발에 대한 청사진 아래 계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개별 건축물의 재건축과 개별 지구의 재개발은 항상 기반시설의 용량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과거의 도시개발이 도시민의 주택공급과 도시 저소득층의 불량주택 재개발 그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면 미래의 도시개발은 도시기능체계의 연계성을 향상시키고,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도시구조를 만들고, 도시미관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21세기는 주택의 양적(量的) 공급만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공간을 창출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도시개발의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제 도시가 갖는 기능적 측면과 심미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도시개발이 대구에서도 계획적인 청사진 아래 추진될 시점이 되었다. 국내외의 많은 선진 도시들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대구도 기존의 도시기본계획이나 도시관리계획과는 별도로 도시내 공간영역별로 도시개발의 세부적인 청사진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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