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을 지켜본 이들은 저마다 혀를 찼다. 도대체 사퇴 소리가 몇 번째인가. 뭘 노리고 걸핏하면 '못해 먹겠다' '자리 내놓겠다' 푸념이고 원망인가. 어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 肉聲(육성)을 들은 이들은 황당하고 착잡했다. 화면에 비친 국무위원들 표정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러다 수틀리면 정말 사임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들이 잠시 스치는 듯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진짜 물러나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열심히 하겠다는…'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의 輕薄(경박)한 말투는 할 말을 잃게 했다. '전효숙 사태'에 대한 울분에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부각시켜 反射的(반사적) 동정심을 유발하겠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탄핵 사태 때처럼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헛짚고 있다. 그가 굴복이라고 한 '인사권의 제동'은 남이 아닌 바로 본인 탓이다. 여당조차 독선적 인사 스타일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과오는 인정 않고 야당과 언론의 횡포 때문이라 넋두리한들 고개를 끄덕일 국민은 없다.
설사 과도한 비판과 견제가 있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최고지도자가 할 일이다. 반대자와의 타협은 무조건 죄악시하면서 자기 스타일대로 따라오라면 누가 협력하고 지지하겠는가. 따져보면 대통령이 여론을 묵살하고 강행한 인사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제대로 꼽을 수 있는가. 지금 헤매고 있는 부동산 정책, 국회 교착, 당정 갈등 같은 난맥상 또한 민심과 동떨어진 통치 스타일이 낳은 폐해다.
그런 대통령이 잘못을 고치고 심기일전할 생각은 않고 그만두겠다는 소리나 불쑥불쑥 해대니 이런 불행이 없다. 산란하고 意慾(의욕)을 잃은 것 같은 대통령이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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