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어머니 손이 가장 아름다워요

우리 어머니 손은 보통 어머니의 손과는 달라요. 어머니는 조그마한 미용실을 운영하십니다. 25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모습은 하루 일을 마치시고 식초 한 가득 담긴 그릇에

두 손을 담그시던 모습입니다. 얼굴을 찌푸리시면서요. 코흘리개일 때 독한 파마약품에 손이 갈라지고 굳은살이 박인 어머니 손을 식초가 부드럽게 해 주길 간절히 빌곤 했었습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대구가 지겨워 2시간 거리인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어요. 벌써 3년이 넘었군요. 어머니는 아들이 굶지나 않을까 미용실이 쉬는 2주마다 음식을 두 손 한가득 들고 내려오십니다.

많은 음식 중에 제가 단연코 좋아하는 건 바로 어머니의 김치입니다. 대학친구들이 저희 집에 와 김치를 얻어 갈 정도로 인정받는 솜씨이십니다. 철이 들려는지 무뚝뚝하게 어머니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던 제가 오랜만에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넣고 대구로 올라왔습니다. 어머니의 걸어오신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손을 잡으며 김장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하루 만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던 김치가 몇 시간을 절이고 몇 시간을 물을 빼서 정성이 담긴 멸치 다시 물에 양념을 만들어 속을 채우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어머니 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멀리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 속 썩이는 아들이 2주 후 내려오시면 맛있는 김치찌개 끓여드릴게요.

박정훈(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