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感 좋은 色…청도 감물염색

"천연염색을 하다 보니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11월 말, 늦가을의 햇살 아래 청도 감물 체험학습을 나온 주부들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하다. 감을 찧어 감즙을 낸 후 그 감물에 준비해온 천을 담궈 몇 번 조물거리다 꺼내니 멋진 명주 스카프로 변신한다. 그 과정이 신기하기만 한지 주부들은 몇 번이나 물어가며 염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날 감물 염색 체험을 나온 주부 김필년(44·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천연염색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산에서 가져온 황토로 아이들과 남편의 속옷을 염색해 줬더니 너무 좋아했어요. 정전기도 없고 부드러워서 일반 속옷과는 달라요." 그 후로 김 씨는 천연염색에 푹 빠져 감물염색 체험도 해보기로 한 것.

김 씨는 앞으로 이불과 베게까지 천연염색으로 꾸며볼 계획이란다. 오난숙(45· 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도 마찬가지. 4~5년 전부터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염색천으로 지갑·가방 등의 소품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감물염색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청도로 감물염색 체험을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연염색 공방 '예던길 따라'에는 올 한해만 체험행사를 다녀간 사람이 500여명이 넘는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한 곳을 합하면 700여명이 넘는 사람이 감물 염색을 접한 셈이다. 문명희 대표는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은 감물 염색 이불을 사용한 후 가려움이 많이 줄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예던길 따라' 뿐만 아니라 요즘 청도 일대에는 천연염색 공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2년 전부터 청도 일대 천연염색 공방들이 '시설렘'이란 공동 브랜드를 내세우며 천연염색의 메카에 도전하고 있는 것. 지난달 말 심포지엄 및 패션쇼를 개최했고, 앞으로도 줄줄이 패션쇼 및 컬렉션을 준비 중에 있다.

이 일대 천연염색 공방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량 생산체제가 아니라 수공업 형태로 공방이 운영되기 때문에 공방의 개성을 살린 작품들이 선보인다는 점이다. 약 400가지의 천연염색이 이뤄지는데 이가운데 가장 주력은 감물염색이다. 청도의 특산물이기도 한 감은 색이 좋고 감즙이 많아, 전라도 지역에서도 감물을 사러 올 정도라고. 대구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선 물론이고 울산·부산에서도 감물염색 제품을 구입하러 직접 찾아온다.

시설렘 안승득 대표는 "제주도의 경우 감물염색 제품을 대량생산하면서 품질이 떨어져 사양길에 접어든 반면 청도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특화해, 앞으로 감물염색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설렘에 가입된 20여개의 업체들은 천연염색을 직접 하고 있으며 공방을 열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몇몇 공방은 5명 이상 신청하면 감물염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염색하고 싶은 천을 직접 준비해가도 된다. 감즙은 한말에 5~7만원선으로, 집에서도 혼자 염색을 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감즙 아토피에 탁월" 쥐연구서 입증

감즙이 아토피 피부염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경북대 식품공학과 이상한 박사 연구팀이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의뢰받아 연구를 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토피를 유발시킨 쥐의 표피에 감즙을 처리한 결과 아토피에 걸린 쥐가 정상쥐와 유사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가려움 때문에 긁는 현상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6월부터 9월까지 시기별로 감을 채취, 실험한 결과 이 가운데 아직 익지 않은 푸른 감의 경우 가장 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밝혀냈다. 6월에 채취한 감이 9월에 채취한 감보다 아토피 치료 효과가 더 높다는 것. 흥미로운 것은 감꽃에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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