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인 경북도교육청 교육감님!
지난 7월 상주 모서초등교 화산분교에서 시작됐던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문화 교실'을 알고 계십니까? 코시안 아이(한국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사이 2세)들을 가르쳐오던 이 분교 장하순 선생님이 "외국인 엄마가 한국문화를 알아야 다문화가정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는데 좋은 취지와 성과 때문에 지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지요.
상주시여성회관은 교육자료를 보내줬고, 한 봉사단체는 운영비에 보태라며 성금을 내놓았습니다. 상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은 새로운 사회복지와 교육 모델이라며 직접 교육현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상주시는 내년에 2억 원을 들여 '찾아가는 다문화가정 교육사업'을 특수사업으로 추진키로 했고 읍·면별로 '외국인 주부들과의 간담회', '친구 만들어 주기' 등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성모병원은 상주지역 외국인 주부들에 대해 의료비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상주교육청의 느닷없는 노후건물 철거 방침으로 이 교육센터가 있는 분교 옛 건물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과 도와주신 분들 의욕이 중도에 꺾이는 것도 안타깝지만 다문화가정을 이룬 이들의 마음에 혹시라도 '원망'이 자리잡을까 더 두렵습니다. 교육센터를 살릴 방안은 없을까요?
조 교육감님!
장 선생님은 벽지근무연한 2년이 다 돼 내년 봄이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할 처지입니다. 그런데 장 선생님은 이 프로그램이 농촌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어서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자리잡도록 장 선생님이 조금 더 화산분교에서 근무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요?
모처럼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떠맡은 코사인 아이들 교육문제를 교육당국이 지원하고 격려해주기를 간청합니다. 교육감님 관심으로 한 교사의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 변화가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지기를 간곡히 기대합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문화 교실'(본지 8월 1일 9면 보도)은 상주 모서초교 화산분교 장화순 분교장이 지역에 거주하는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글과 일상생활 예절,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한국문화 교실이다. 20여 외국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지난 7~11월 매주 수요일 방과후 오후 3시간씩 교육해 지난 달 말 수료식을 가졌다.
이 한국문화 교실은 한국 농촌으로 시집와 한국문화와 한글, 말 등에 대해 이렇다할 교육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오던 외국인 주부들에게 큰 관심을 일으켰다. 농촌 학교가 벌이는 '지역·생활밀착형 교육'이라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상주교육청은 한국문화 수업이 운영되고 있는 건물이 낡았다는 이유로 2천300여만 원을 들여 철거사업을 발주했다. 상주교육청 남하명 경리계장은 "해마다 노후건물 철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학교 측에서 철거를 신청해왔다."며 "다문화가정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나 중단을 위한 것은 아니며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교육청은 지난 여름 수백만 원을 들여 교실 바닥을 방처럼 꾸미고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등 이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었다."며 "이제 와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후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철거키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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