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도 못한 일을 해냈어"
4년 전 최민석(57) 삼랑A.T.I 대표가 산업자원부 품질 인증을 받는 자리였다. 사회자는 "최 대표 혼자서 개발한 '위드스톱(Weed-stop.개량 부직포 상표)'을 수백 명의 연구진을 보유한 대기업에서는 왜 못 만드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로 응수했다. 최 대표는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낼 때는 '20년 고생이 헛되지 않았구나'는 생각에 감동이 밀려왔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 대표는 국내 최대 발명전시인 2004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당당히 'SIIF상(준대상)'를 거머쥔 데 이어 11일 끝난 2006년 서울국제발명전시회 때는 '금상'을 따냈다. 최 대표가 내놓은 제품들은 모두 농자재로 쓰이는 부직포의 일종. 일반 부직포를 특허 기술로 처리해 잡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거나 해충이 채소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특수 부직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기술 속엔 최 대표의 끝없는 집념이 깃들어있다.
경주가 고향인 최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휴일이면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돕곤 했다.
"농사일을 도우면서 제초제나 농약의 폐해를 자연스레 알게 됐고 월남에 파병됐던 친구들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도 많이 봤습니다." 최 대표는 틈만 나면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없을까'하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1980년 초 그는 우연히 가마니에 눌린 잡초가 누렇게 뜬 모습을 발견했다. 순간 머리가 번쩍했다. 제초제를 치지 않고서도 잡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특수 섬유를 개발키로 한 것. 최 대표는 "다니던 섬유회사가 끝나는 대로 연구에만 몰두했다."고 떠올렸다. 1997년 최 대표가 개발한 부직포는 '위드스톱'이란 이름으로 1999년 특허 등록이 됐다.
올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웰그로우(Well-grow)'라는 막 덮기 운모 부직포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미집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어떤 곤충도 거미집을 뚫지 못 한다는 점에 착안해 부직포를 거미집처럼 만들면 해충으로부터 채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품으로 내놓기까지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만들고 나면 두꺼워서 햇볕양이 부족하거나 자연 장애를 받아 풀이 죽고 채소가 무성해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실패를 거듭했고 투자 비용만 생각해도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다. 포기도 수없이 생각했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은 결과를 보는 그였다. 최 대표는 "학교 다닐 때 마라톤을 한 덕분에 끈기가 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1등은 못 해도 중간에 포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연구에 전념하다 사무실에서 날을 훌쩍 새버린 경우도 많았다. "일주일에 3, 4일은 집에 가질 못해 대학생 아들이 가끔 식구끼리 밥 한번 같이 먹자고도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대표는 1년에 10만㎞를 주행한다. 웬만한 영업사원보다 더 한 기록. "영업을 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구하거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별 짓을 다한다."고 했다.
최 대표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체력이 되는 한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을 계속 하고 싶다. 최 대표는 "아직 공장도 하나 없다."며 "회사를 좀 키워 공장부터 지어야겠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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