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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봄나물 뜯으며 성장한 유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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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해 봄이 어느 해보다 일찍 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봄비가 오더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제 곧 온 들녘에는 봄나물이 지천으로 깔릴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땐 봄나물을 뜯어 모자라는 양식을 대신 했기에 남자아이였지만 봄나물을 뜯으러 자주 들로 갔었다. 할머니와 밭 두렁에 앉아 쑥, 나락냉이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좋아라 했다. 할머니는 구부러진 허리춤에 가득 담긴 봄나물 소쿠리를 힘겹게 끼고 오시다 새파랗게 물이 오른 수양버들 밑까지 와서는 좀 쉬었다 가자며 소쿠리를 내려놓고 도랑으로 내려가셨다. 축 늘어진 수양버들 껍질을 돌려내고 끝을 납작하게 하고 얇게 칼로 다듬어 피리를 만들어 주셨다. 나는 할머니 뒤를 따라오며 "삐리리 삐리리" 목이 아프도록 피리를 불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함께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날 저녁 내가 뜯어온 쑥으로 어머니께서는 쑥국을 끓이셨고 쑥국을 한 대접 먹고 나면 아픈 목은 거짓말같이 나았다.

쑥에 쌀가루를 묻혀 쪄내는 쑥 털털이는 양식 없던 시절 식사대용으로 손색이 없었다.

봄나물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때 봄나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닐까?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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