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理工系기피…'국가적 재난'수준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분석에 따르면 국내 4년제 일반대학 및 전문대학 공학'자연계열 입학생 수는 1999년 28만3천여 명에서 지난해 20만7천여 명으로 26.7% 줄었다. 전체 입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감소 추세다.

또 다른 조사도 충격적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KAIST'한동대 등 5개 대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했더니 49.1%가 전공을 바꿀 계획이거나 바꿀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작정하고 입학해서 배우고 있는 학생의 절반이 전공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엄청난 입시경쟁 속에서도 이공계는 살찌지 못하고 허약해지기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뭔가 잘못되고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직업이라면 의사, 검'판사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월급쟁이라면 말단이라도 공무원, 공기업 직원, 자유업이라면 의사'변호사는 돼야 성에 차는 세상이다. 입시경쟁도 거기를 향한 줄달음일 뿐이다. 출세 지상주의, 황금 만능풍조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해서 사회지도층이 된 인사들이 이공계를 우습게 여기고 대책 없이 만들었다.

현재의 경제부국을 이룬 저변에 산업 현장과 실험'연구실을 지켜온 이공계 출신 인재들의 피와 땀이 있다. 내수 부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경제의 질을 유지하는 배경에 반도체'조선 등 수출 주도산업의 현장에서 땀흘리는 이공계 인력들의 노고가 있다.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이렇다할 자원 없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무엇인가. 대책은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 교육을 비롯한 정책담당자들의 각성에서 비롯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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