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가정·사회·국가의 관심과 보호 부족으로 싹을 피우기도 전에 방황하다 꺾여버리는 일이 적지않다. 관계 전문가들은 가정-사회-국가로 이어지는 어린이 맞춤형 보호시스템 마련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 현실과 대책을 짚어 본다.
중학생이었던 이경호(15·대구·가명) 군은 지난해 초부터 소년원 생활을 하고 있다. 초교때부터 '무서운 아이', '문제아'로 불리다 결국 폭력, 절도죄로 전과자가 된 것. 이 군은 부모가 4살 때 이혼한 뒤부터 아버지(56)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때문에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을 알게 된 뒤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고, 결국은 소년원까지 가게 됐다.
할머니(63)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문수(11) 군은 월 55만 원의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엄마, 아빠는 문수를 낳은 뒤 곧 이혼했고, 간질과 정신지체가 있는 문수를 아무런 대책없이 할머니에게 떠넘겼다.
문수처럼 극심한 빈곤에 빠져 있는 어린이는 그러나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아동 10명 중 1명꼴이나 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가계 조사에 따르면 아동 빈곤율(18세 미만 전체 아동 가운데 최저생계비 이하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비율)은 8.79%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아동빈곤율은 부·모자 가정 등 '한 부모 가정'의 경우 12.7%로 올라가고, '조손가정'의 경우에는 48.5%에 달한다.
구청의 한 사회복지 담당은 "폭력 등 가정불화, 가정 내 각종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 해체가 가난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특히 조손가정은 아이들이 빗나가도 제대로 교육하거나 감시할 수 없는데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고립된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근 기초생활수급 및 차상위계층 가구 아동 5천 명을 대상으로 아동욕구조사를 한 결과, 가정 해체로 극빈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대부분 '방과 후 방치' '문화생활 부족' '정서건강 손상' 등의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대구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 중 빈곤, 실직, 학대 등 가정불화나 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요보호 아동'이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대구에서 발생한 요보호 아동 223명 중 가정불화 및 해체로 인한 비율이 101명(45.2%)이었는데 2005년에는 182명 중 124명(68.1%)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대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가정해체로 인해 빈곤이 세습되거나 범죄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통합 시스템 마련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조손가정이나 편부·모가정 등 취약 가정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석봉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과 사회적 관계는 대부분 부모를 통해 배우게 되는데, 가정해체로 인한 취약가정의 아이들은 이런 기회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학교, 각 기관 및 단체가 연계한 맞춤형 아동보호 서비스 마련이 절실하고, 특히 아이들의 양육을 맞고 있는 편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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