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교육계가 온갖 질타의 대상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조차 금기시될 정도가 돼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된 연유에는 교육계 자체의 잘못도 적지 않다.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이켜볼 때다.
사회학에서 '고다이버이즘'이라 하면 타성에 젖거나 혹은 굳어버린 관습과 상식을 깨는 행동을 일컫는다. 고다이버에 얽힌 이야기는 11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농노들의 삶을 피폐하게 했던 무거운 세금 등의 사회적 폐해의 개혁을 위해 영주의 아내인 16세의 고다이버는 알몸으로 새벽 거리를 다니며 남편에게 일침을 가한 여자로, 요즘으로 치면 '혁신'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다.
우리 한국의 교육계도 고다이버 정신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교육은 나날이 새로운 마인드, 새로운 형식을 필요로 한다. 교육계가 가장 변화에 둔감한 조직이라고 지탄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고인물'의 둑을 터서 새로운 물로의 전환, 개혁은 이제 교육계 내부에서 일어나야 할 때인 것이다.
학교를 들여다보자. 이제 교사들도 일상의 교육적 방법에 늘 고민하고, 개혁하고, 실천하여야 할 때이다. 나는 그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용기를 내어 결행하라고 외치고 싶다. 부딪치다 생채기가 생길지라도 다시 한번 도전하라고 하고 싶다.
일방통행의 방식은 더 이상 가치 없는 시대다. 상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학생이 원하는 것과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일치하여야 하고, 교사와 교장이, 학교와 교육청의 교육적 목적이 일치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일변도의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 통제보다 단위 학교장을 중심으로 자율권과 교육관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럴 때야 만이 자발적인 개혁 의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혁의 방향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현재 교육 개혁의 최우선은 프로세스(process)를 중시하는 교육이다. 결과와 실적만을 중시하는 기존의 교육 자세로는 교육 '과정'을 바꿀 수가 없다. 창의성이니 혁신이니 논술이니 글쓰기니 하는 모든 교육적 고민들의 귀결점은 바로 프로세스의 전환을 통한 교육의 개혁인 것이다. 더 이상 흘러가는 강의 표면만 바라보고 강물 속을, 혹은 강물의 속성을 보지 못하는 단편적인 사고를 지녀서는 안 된다. 물과 물의 교차 지점이 원활하도록 평소에 그 환경을 조성해 놓지 않으면 물은 소용돌이치면서 삽시간에 주변을 무너뜨려 버린다. 인간교육도 그와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교육자들도 고다이버처럼 지순한 마음과 열정으로 매달려서, 진정으로 교육의 내적인 문제들을 고민하여 교육의 굳은살을 과감히 제거하는 개혁의 자세를 가지자. '나는 한 번이라도 고다이버인 적이 있는가?' 한 번 돌이켜보자.
장문곤 대구서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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