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 노! 삼성전자

요즘 龜尾(구미)지역에는 '디트로이트 유령'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는 자동차 '빅 3'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본거지로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팔리는 차 10대 중 9대를 생산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한국 및 독일차에 시장의 절반을 내주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도 을씨년스러워졌다. 원인 분석 결과 소비자 기호에 대한 철저한 대응 없이 자만에 빠져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탓이라는 반성이 쏟아졌다.

앞으로도 미국 '빅 3'의 추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디트로이트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자동차 전문기자 미쉐린 메이너드가 쓴 '디트로이트의 종말(The End of Detroit)'의 주요 내용이다. 대기업과 도시 발전의 相生(상생)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전자도시 구미가 온통 뒤숭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미 경제의 주력부대나 다름없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대규모 휴대전화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베트남에는 저가품 공장이 들어서고, 구미사업장에는 고가품 및 신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메카 기능에는 전혀 변함없다"고 밝혔지만 아무래도 뒤가 찜찜하다.

구미시의 삼성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 3월 23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기공식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는 곧 삼성'이라고 호소했다. 게다가 지난 16일에는 디스플레이'모바일 관련 중소기업 연구사업개발을 전담할 '구미 디지털정보기술단지'를 준공했다. 또 기술단지 옆에는 '구미 디지털전자산업관'이 다음달 착공된다. 구미가 디지털 산업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들이 아닌가. 그런데 휴대전화 공장을 새로 짓는다니…. 시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삼성 측의 해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를 막을 방도는 없다. 기업은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구미는 여태까지 기업 유치에 바빴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한 새로운 論理(논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 논리는 경제논리를 압도해야 하니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겠지만….

윤주태 중부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