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실수사가 경찰 위상 추락시켰다

경찰의 자중지란은 보기 딱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수사 라인에 있던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물러난 데 이어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전 남대문서장 등 간부들이 줄줄이 징계를 당하고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경찰의 불만이 폭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중자애해야 한다. 사건 수사는 진행 중이다. 김승연 보복 폭행사건과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경찰 고위 간부에 대한 로비 등 모든 의혹은 파헤쳐져야 한다. 국민의 시각이 결코 부드러울 수 없다. 고위 간부들의 불명예 퇴진과 수사권 독립을 싸고 냉전 상태인 검찰에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피의자 내지는 참고인으로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는 참담한 상황에 대한 생리적 반발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를 격분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찰청 자체 감찰 결과가 나온 지난 25일을 '경치일(警恥日)'로 규정하는 것이나 "아랫사람을 감싸안지 못하고…" "혼자만 살겠다고 부하를 팔아먹었다" 등 청장에 대한 비난 내용들이 부서 이기주의로 비쳐선 안 된다. 국민들은 김승연 보복폭행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경찰의 근신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심기일전하기 바란다.

경찰은 김승연 보복폭행 사건 초기부터 봐주기식 대응으로 국민적 의혹을 샀고 국민 환시리에 진행된 본격 수사 과정에서조차 석연찮은 수사로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검찰과의 수사권 공방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경찰은 상하 모두가 국민 앞에 사죄하는 자세로 사태를 처리해야만 국민의 신망과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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