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포항건설노조 파업사태가 발생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로 구성된 포항건설노조는 지난해 6월 30일 파업을 결의한 뒤 이튿날부터 행동에 들어갔고 제철소 출입자 통제 등 투쟁 수위를 높이다 마침내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포스코 본사 점거시위를 벌였다. 1년이 지난 현재 노조는 노조대로, 포스코는 포스코대로 당시의 상처를 완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전문건설사-포스코-포항시민으로 연결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 간에는 여전히 벽이 남아 있다.
◆상처 컸던 파업투쟁과 후유증=열흘간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이후 이지경 위원장 등 조합원 58명을 포함해 모두 70명이 구속됐고 이들 중 10명(상급단체 관계자 2명 포함)은 아직도 수감돼 있다.
당시 '70명 구속영장 신청에 전원 영장 발부'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또 시위 도중 머리를 다쳤던 하중근 씨의 사망(8월 1일), 대량 구속, 조합원 상당수에 대한 제철소 출입금지 등이 겹치면서 노조는 오랫동안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노조는 지난해 파업으로 입었던 생채기가 아물지 않고 있다.
우선 구속 조합원들 가운데 일부가 아직도 수감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사태로 구속수감된 조합원들이 있는 마산, 진주, 안동, 김천, 경주, 포항 등지 교도소로 오가는 '면회차'를 운행하고 있다. 면회를 하겠다는 조합원들이 많기 때문. 또 이들 가정에 최소한의 생계비를 조합비에서 지원하고 있다.
당시 시위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아직도 치료받고 있는 조합원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제철소 출입제한 조치가 지속되는 것도 노조 측이 1년째 감당하는 고통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사태가 응급 마무리된 이후 노조는 선거를 통해 현 김진배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이후 신임 집행부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시민과 지역사회 및 포스코에 대해 사과를 했고 포스코도 제철소 내 출입제한자 숫자를 줄이는 등 양측은 한발씩 뒤로 물러서면서 거리감을 좁히고는 있지만 아직도 30여 명에 대해서는 포스코가 제철소 출입을 허용치 않고 있다. 노조 상근 간부들의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노조의 조직 재정비 노력=지난해 사태가 부분 수습되면서 노조는 조직 분열의 아픔도 겪었다. 기존 노조의 강성화에 대한 경계론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일부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 계열의 새 노조를 조직한 것.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은 "노조 분열은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과 시련 중의 하나"라고 했다.
한편 노조 측은 최근 포항, 울산, 광양지역 건설노조가 하나로 합쳐 플랜트 단일노조로 조직전환을 결의했다. 이 같은 조직정비 또한 지난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조의 재기 노력의 하나로 보인다.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및 지도부 대량 구속 이후 새로 뽑힌 김진배(42) 위원장은 2일 "작년 사태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시민들이나 언론이 '파업과 점거' 등 외형만 볼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왜 저럴까'에 대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 노조도 정책과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모적 투쟁을 줄일 수 있다."며 "시민사회가 인정하는 노조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도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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