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장수기업] ⑤중국 취앤쥐더

140년 지존 비결 '좋은 고기·표준 조리·정직 경영'

▲ 중국 베이징 취앤쥐더 본사 1층 대기실 벽에는
▲ 중국 베이징 취앤쥐더 본사 1층 대기실 벽에는 '취앤쥐더는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는 액자가 걸려있다. 중국 공산혁명의 영웅 마오쩌뚱이 썼다고 한다.
▲ 취앤쥐더 종업원들은 손님 바로 곁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오리를 직접 칼로 잘라 접시에 올려준다.
▲ 취앤쥐더 종업원들은 손님 바로 곁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오리를 직접 칼로 잘라 접시에 올려준다.
▲ 취앤쥐더는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손님 대기실은 오전 9시부터 손님들로 넘쳐난다. 영업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테이블은 만원이 된다.
▲ 취앤쥐더는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손님 대기실은 오전 9시부터 손님들로 넘쳐난다. 영업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테이블은 만원이 된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는데 오전 10시도 안돼 사람들이 1층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료한 듯 앉아있던 사람들이 벽에 걸린 글자를 보며 얘기를 나눈다. 벽에는 '취앤쥐더는 영원히 존재해야한다'라는 말이 씌여 있다. 누가 썼는지 물어보니 중국 혁명의 영웅 마오쩌뚱이란다.

지난달 찾아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부근의 오리요리 전문점 취앤쥐더(全聚德). 1864년 청나라 때 만들어졌다는 이 요리집은 가게 수준을 넘어 기업으로 올라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오리집이 140년이 넘도록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단 말인가?.

◆손님을 홀리는 맛

종업원이 내미는 메뉴판을 받아보니 메뉴판이 아니라 두꺼운 책을 건네받은 느낌. 메뉴판에 들어있는 오리 요리 종류가 무려 400여 가지다.

함께 간 통역의 도움을 받아 '무언가'를 시켰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카트에 오리를 내온다. 종업원이 손님 눈앞에서 직접 자른다. 잘게 썰어 먹기 좋게 만들어진다. 입안에 넣어보면 씹힌다는 느낌보다는 입안에서 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일품요리로 꼽히는 것이 가슴 부분. 청나라의 서태후도 취앤쥐더의 오리 가슴요리만 먹었다고 한다.

손님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종업원이 다가와 밀 전병에다 자장에 묻힌 오리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준다.

호주에서 왔다는 이언 맥월터 씨는 "베이징에 올 때마다 취앤쥐더에 들어 식사를 하는데 맛은 물론 향기가 너무 좋다."며 "어쩌면 취앤쥐더가 있어 중국 출장이 더 즐겁다."고 했다.

맥월터 씨의 얘기처럼 고기 향기가 좋은 이유는 뭘까?. 이 곳 지배인은 "과일나무로 고기를 굽다보니 자연스레 과일나무향이 고기에 밴다."며 "오리도 농촌에서 가장 깨끗하게 사육, 직송하니 맛이 살아난다."고 했다.

◆오리집에서 세계기업으로

청나라 동치황제 3년. 베이징 첸먼 시장에서 닭·오리를 팔던 장사꾼 양취엔런(1822~1890)이 이 오리요리집을 열었다. 그리고 취앤쥐더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양취엔런의 5대손이 경영에 관여, 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143년이 흘렀다. 콧구멍 만하던 가게는 이제 140여년 전통을 밑거름삼아 취앤쥐더 그룹으로 불린다. 연간 10억 위안(우리 돈으로 1천219억여 원·2004년 기준) 어치를 판매, 한해 오리만 300여 만 마리를 소비시킨다. 취앤쥐더 매장내 의자 1개당 연간 10만 위안(1천 200여만 원)을 벌어들인다.

70여 개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며 한 해 500여만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2005년 '중국 베이징 취엔쥐더'라는 회사이름에서 베이징이라는 글자를 빼고 중국 취앤쥐더로 고쳤다. 베이징을 넘어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몇년 전에는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취앤쥐더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이징 본점 2층에 올라가보면 마오쩌뚱, 덩샤오핑 등 중국 지도자는 물론 세계 각국의 국가 원수들이 이 곳을 찾았다가 싸인을 남기고 간 흔적이 전시돼있다.

취앤쥐더 측은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106.34억 위안(1조2천900여억 원)에 이를 만큼 유명 브랜드로 자라잡았다고 했다. 세계 38개국에서 상표등록이 돼있다.

◆작은 가게에도 경영을

취앤쥐더는 작은 가게였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팔려나간 오리 한마리마다 번호를 매겨 챙길만큼 좋은 원재료 공급에 신경을 썼다. 덕분에 1949년 중국 공산화의 와중에서도 정직한 영업을 통해 기업의 존속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취앤쥐더는 중국의 개방을 맞았다. 100년 이상 전통을 이어왔지만 더 이상 '가게' 수준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50년밖에 안된 맥도널드와 KFC는 어떻게해서 저만큼 많은 가게를 만들어내 영업을 할 수 있을까?". 취앤쥐더는 대형화를 위해 세계적 패스트푸드 업체를 벤치마킹했다.

해답은 표준화였다. 100년 넘은 취앤쥐더가 시장 확대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던 것은 더 많은 요리를, 더 짧은 시간에, 일정한 맛으로 공급할 수 없는 시스템 탓이었다.

취앤쥐더는 오리를 굽는 로와, 구울 때 쓰는 목재, 설정온도 등을 표준화 시켰다. 정확한 메뉴얼을 주고 요리를 했던 것. 이 과정에서 ISO인증도 따냈다.

결국 최근 10여 년 동안의 노력으로 이 회사는 표준화 작업에 성공했고, 대기업 식품 그룹으로 변모하는데 성공했다. 또 여행전문 기업 등과 제휴하는 한편 지분을 과감히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20여개 기업의 도움을 획득 대형화를 통한 매출 증대를 이뤄냈다. 이제 200년 기업을 향해 시동을 건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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