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뮤지컬 배우 조승룡

뮤지컬 배우 '조승룡'이란 이름은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 테너로 부른다. 20년 동안 뮤지컬 무대를 누비고 있는 조승룡 씨를 만나기 위해 '명성황후' 연습실인 '성암아트홀'을 찾았다. 그는 명성황후에서 고종역을 맡았다.

극장복도로 들어서자 노래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나온다. 한 30여분을 지켜보고 있으니 옛날 교실을 따뜻하게 덥혀줬던 '연통난로'가 생각났다. 50여명의 배우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뿜어내는 열기가 마치 연통난로에서 느끼는 온기 같았다.

오전 11시쯤 연습실에 도착했지만 점심도 미룬 채 연습하느라 오후 5시나 되서야 조승룡 씨와 자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목에 수건을 걸치고 연습복(추리닝) 차림으로 옆에 와서는 배가고프다며 "연습 때문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낼 수밖에 없으니 '식당토크'를 하자."며 손을 이끌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의 인연에 대해 먼저 들어봤다. " 2002년도에 연출가 윤호진씨를 만나서 명성황후와 첫 인연을 맺었지요. 그해 동양 최초로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해서 공연을 했는데 공연이 끝난 뒤에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데 눈물이 났었습니다. 이 먼 타국 땅에서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을 사랑해 주니까 고맙고 감사했지요."

이때 주문한 메뉴가 식탁 앞에 놓이자 손과 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국에서 밥을 넣더니 속도감 있게 식사를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배우로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는데 결국 한국적인 색과 향이 담긴 공연이 정답인 것 같더라고요. 외국 번역 작품들이 대중적일 수 있지만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지않습니까. 언제까지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 공연할 수도 없고. 창작뮤지컬이 활성화가 돼서 우리 것이 풍부한 뮤지컬을 하고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맏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짐이 제법 무거워 보였다.

조승룡은 1988년 민중극단에서 올린 '아가씨와 건달들'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남경읍, 남경주, 주원성, 전수경 등과 함께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1세대로 뮤지컬 무대만 고집하는 전문 뮤지컬배우. 하지만 1994년부터 3년 동안 KBS 2TV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유아프로 고정 MC를 맡으면서 그를 '또또 아저씨'로 기억하는 어린팬도 적지 않다. '한강은 흐른다', '황구도', '청년 장준하', '드라큘라', '지저스크라이슈퍼스타' 등 수 백여 편의 뮤지컬무대에서 주인공을 도맡다시피 했지만 상복은 없었다. 그의 나이 마흔살이 넘은 2003년도에서야 '몽유도원도'의 '향실'역으로 열연, 제 9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교수'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다. 2003년 9월 명성황후 국립극장 공연을 마지막으로 삼 년 동안 뮤지컬 무대를 잠시 떠나 있으면서 대경대 뮤지컬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래서 일주일의 절반은 대구에서 지난다. 요즘은 명성황후 공연을 준비하면서 학생 뮤지컬 제작실습 과정으로 뮤지컬 '환타스틱'을 직접 연출'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무대에 선 다는 게 매우 부담스럽지요.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제자들 손으로 만들어지는 토속적인 창작뮤지컬 무대에 서 보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뮤지컬에서는 캐스팅 일순위지만 철저하게 작품성위주의 작품만 고집해서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배우'로 통하는 배우 조승룡.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연습에만 메달리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작성일: 2006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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