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男兒須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라고 했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한다는 뜻이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IT'비주얼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독서가 주는 그 무한한 상상력, 그리고 그 知的(지적) 여행을 무엇이 대신해 주겠는가.
성공한 사람치고 독서狂(광)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책은 인간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알렉산더 대왕은 원정 중에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물처럼 상자에 넣고 다니며 읽었으며, 나폴레옹 역시 포화 속에서도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에 빠져 있었다.
삼국지의 曹操(조조)는 전쟁 중에도 '손자병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전해지는 손자병법도 조조가 精髓(정수)만을 추려 13편으로 만든 것이라는 說(설)이 있을 정도이니 그의 '책 사랑'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당파싸움에 휘말려 목숨이 오락가락하던 때에도 우암 宋時烈(송시열)은 제자가 북경에서 구해온 論孟精義(논맹정의) 책자를 손에 쥐고는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고 한다.
독서에 대해서는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가 없다. 형님 한 분은 목숨을 잃고 또 한 분은 흑산도로 유배 가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본인조차 전남 강진에 유배됐던 시절이었지만 두 아들에게는 독서가 바로 死地(사지)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편지로 써 보낸다.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손이다. 廢族(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며,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만 그 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龜尾(구미)시가 어제 '한 책 한 구미' 선포식을 가졌다. 미국 시애틀 도서관이 처음 시작한 'One book, One city' 운동을 모델로 시민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문화적인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올해의 책은 황선미 씨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모이를 받아먹고 사는 평범한 암탉이 닭장을 뛰쳐나와 겪는 고초를 노래한 것이지만 어린이와 함께 어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토록 고생하면서도 암탉은 왜 한 줄기 빛을 바라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또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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