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영(31·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여름휴가를 맞아 집안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거실 벽면을 채우고 있던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책장을 배치한 것. 덕분에 김 씨네 집은 '책'이 집의 얼굴이 됐다.
집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책 덕분에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 대신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김 씨는 "여름휴가 기간에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다가 집안 구석에서 홀대받던 책장을 끄집어내기로 했다."면서 "나만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씨의 책장에는 결혼 전 각기 소장하던 김 씨 부부의 책을 포함해 수백여 권이 비치됐다. 철학·사회과학·소설·여행서 등 장르도 다양해,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김 씨는 "책 한 권 한 권을 보고 있으면 그 책을 읽었을 당시의 감흥도 떠오르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보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과 훨씬 친해진 느낌"이라며 "감상문을 적은 노트를 만들어 남편과 함께 기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나만의 작은 도서관, 서재를 만드는 가정이 늘고 있다. 주부 서지현(35·대구 수성구 만촌1동) 씨는 최근 거실을 서재로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딸 윤아(9)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는 서 씨의 오래된 열망이기도 했다.
"우리 집은 수시로 서재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여러 방에 흩어져 있던 책들을 모아 서재를 만들고 나니 뿌듯해요." 덕분에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크게 줄었다. 일주일 내내 텔레비전을 켜지 않을 때도 있다. "처음엔 남편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쌍둥이들 책도 손수 읽어주고 시간이 나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등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제 집안 전체가 도서관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처럼 '나만의 도서관, 서재 갖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서재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효목도서관 사서 제갈선희 씨는 "책이 많지 않을 경우 간단하게 우리나라 책과 외국책으로 분류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 책의 경우 그림책과 그림이 없는 책, 만화책과 그림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서관과 달리 일반 가정에는 취향에 맞는 책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식구들끼리 토론을 통해 재미있는 주제 하에 책을 분류해보는 것도 한 방법. '마음이 답답할 때 읽는 책', '심심할 때 읽는 책',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등이 그것이다.
책의 종류가 많지 않으면 책을 보는 빈도에 따라 나눌 수도 있다. 자주 읽는 책과 자주 읽지 않는 책, 거의 읽지 않는 책으로 분류하는 것. 자주 읽는 책은 시선 20도 아래에 보관하고 자주 읽지 않는 책은 눈높이보다 20도 이상 높이에 보관한다. 거의 읽지 않는 책은 서재의 최상단 부분이나 최하단부분에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책이 분야별로 다양하게 분산돼 있을 경우엔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한국십진분류법'(표 참고)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책을 일목요연하게 주제별로 묶어 놓아 한눈에 찾기 쉽다.
서재를 아늑하게 꾸미는 것은 책을 가까이 두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이다. 서재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꾸미는 것도 중요하다. 서재에 사용할 가구는 좀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만큼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재에 책상을 설치할 때는 벽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책상 배치 방법도 바꿔보는 것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된다. 책장이나 창문을 향해, 혹은 벽을 등지거나 서재 가운데 책상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다. 벽을 바라보는 것보다 답답하지 않고, 가족끼리 마주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휴식 개념을 위해 의자 대신 방석을 깔고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좌식 테이블을 놓는 것도 운치 있는 서재 연출 방법이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그림이나 사진은 서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 너무 큰 것보다는 10호 안팎의 그림이 좋다. 심플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작품이 서재 분위기에 거슬리지 않는다.
책과 관련된 회화나 판화작품으로 고르는 것도 센스있는 방법. 장식장이나 콘솔은 서재에 놓아도 무리가 없는 가구다. 흩어져 있던 장식품이나 앨범, 중요한 파일 등을 정리해 두기에 알맞다. 책장보다 키가 낮은 장식장 위에는 중요한 파일이나 앨범을 꽂아놓고 장식품이나 기념패를 올려놓아도 좋다. 콘솔은 낮에 지니고 다녔던 휴대전화나 시계, 지갑, 필기도구 등을 넣거나 올려두는 데 유용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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