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차이나 타운

중국계 웨인 왕 감독의 '조이 럭 클럽'(1993)은 1940년대 가난과 핍박을 피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어머니 세대와 미국 태생 딸들 간에 벌어지는 세대 갈등과 가치관 충돌, 화해를 잔잔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잭 니콜슨'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차이나 타운'(1974) 역시 미국 내 중국인 이민자들의 집단 거주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누아르 영화다. 이 밖에도 호주의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 영화 '차이나 타운' 등 차이나 타운이 소재가 되거나 배경이 된 영화나 소설 등은 적지 않다. 이국적인 삶의 풍경, 온갖 인종이 모여드는 그곳의 시끌벅적한 생동감과 왠지 모를 비밀스러움…. 뭔가 복잡한 일들이 얽혀있을 듯한 차이나 타운의 이미지가 묘한 매력으로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기 때문일까.

지구촌 어딜 가나 크고 작은 차이나 타운이 있다. 중국인들이 대대로 뿌리내려 살지 않는 곳은 없다할 만큼 그들의 거주 범위는 전 지구적이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歸巢(귀소)의식과 끈질긴 생존력이 차이나 타운 형성의 가장 큰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華僑(화교) 발생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는데 이 중 唐末(당말)에서 五代(오대), 北宋(북송), 南宋(남송) 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북방 이민족의 침입과 戰亂(전란) 등을 원인으로 꼽는 설도 있다. 광둥(廣東) 등지로 피란 간 南遷(남천) 무리 중 생활고에 쫓긴 사람들이 다시 바다를 건너 남방으로 떠났는데, 15세기 明나라 때 이미 동남아 일대로 확산됐다고 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엔 당시 미국'유럽에서의 노예제도 폐지, 산업화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중국의 과잉 인구 등이 맞물려 화교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미국 내 수많은 차이나 타운이 도시 재개발에 밀려 급속하게 사라져가고 있다 한다. 도시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차이나 타운이 금싸라기 땅으로 부상하면서 오래된 중국 식당과 각종 상가들이 헐리고 사무용 고층 빌딩과 호텔, 호화 아파트 등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보존과 재개발의 줄다리기 속에 차이나 타운들의 운명이 좌우되고 있다 한다.

용머리 누각, 붉은 간판들, 코를 자극하는 기름진 음식들과 바이주(白酒)의 내음…. 미국을 찾는 여행객들은 이색 관광거리 하나를 잃게 된 셈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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