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밀양 성폭행' 은 영구 未濟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관이 피해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수사를 하면서 피해자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발언을 하고 공개 장소에서 범인과 대면을 시킨 행위는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적시했다. 이 같은 판결은 피해자 인적사항 누설만을 인정했던 1심 판결에 비해 피해자 보호와 손해배상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밀양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은 울산에 거주하는 당시 여중생이었던 피해자 자매가 밀양 지역 고교생 40여 명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으로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집단 성범죄인데다 경찰의 초기 수사마저 안일하기 짝이 없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당시 학생'시민들은 대책 모임을 만들어 촛불집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가해학생들을 엄벌에 처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보완 강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가해학생들에 대한 징벌은 사건이 우발적이고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5명이 소년원의 보호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 사건은 최근에 방송의 추적 보도로 다시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피해 여중생은 극심한 후유증과 고통에 시달리다 가출한 상태인 반면 가해자들은 멀쩡하게 거리낌 없이 살고 있는 모습이 대비돼 시민들의 분노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형사적 징벌은 이미 유야무야 끝났다. 손배소도 항소심 판결이 나옴으로써 사실상 마무리됐다.

법의 심판이 일단락되면서 남긴 것 중 하나가 경찰의 직무집행은 어떤 경우에도 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양 사건처럼 민감한 성폭행 사건은 더욱 그렇다. 경찰이 엄정한 직무집행과 정의감을 갖고 초기 대응을 했더라면 피해자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안하고 성범죄를 가벼이 여기는 풍조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밀양사건은 재판이 끝났다고 종결되거나 잊힐 수 없다. 법과 제도, 사회 풍조가 개선될 때까지 잊어서 안 될 영구 미제사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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