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하겠습니다."
지역 대학 졸업자들은 수도권 기업에 원서를 내면 지방대라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대라는 차별의 벽을 넘어 해외로 취업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지역 대학생들을 만났다.
▶외국항공사 승무원 인기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시 중구의 한 승무원 교육기관. 교육생 4명이 영자신문을 보면서 어학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외국항공사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을 교육시키는 곳이다.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은 요즘 젊은 여성 구직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취업의 한 방법이다.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계 항공사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국내 항공사에 비해 취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김가영(24·여) 씨는 지난 7월부터 외국항공사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에는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고 오후에는 교육기관에서 취업준비과정을 듣고 있다. 김 씨는 "연봉도 높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언(24·여·계명대 영문학과 졸업) 씨는 "외국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면 전공인 영문학을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다."면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서 올해 안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원의 총 수강생 70명 가운데 70%는 외국항공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승무원의 나이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직장과 주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원준(31) 대표는 "외국의 항공사가 연봉 등 대우가 좋기 때문에 취직하려는 젊은 여성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영어실력을 쌓고 채용정보를 수시로 확인한다면 외국항공사 취업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IT 기업 취업 '후끈'
지난달 24일 오전 영남대 평생교육원. 책상에는 두툼한 컴퓨터 관련 책과 일본어 교본이 놓여있었다. 취업준비생 20명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기만큼이나 구직자들의 취업열기도 후끈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 대학의 졸업생들로 일본 IT기업으로 취업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듣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는 IT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일본 IT 부문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해외 취업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다. 구직자들은 10개월 동안 매일 8시간씩 실무교육을 받은 뒤 면접을 통해 일본 현지 기업에 취업하게 된다.
지난해 영남대를 졸업한 최호석(29) 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가 일본에 IT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취업전략을 바꿨다. 최 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본어와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IT 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IT 기업 취업에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 가운데는 재취업을 바라는 직장인도 있다. 윤혜승(24·여) 씨는 국내 한 컴퓨터 회사에서 8개월 동안 일하다가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윤 씨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직장내 남녀차별이 적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 취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숙자(55) 영남대 평생교육원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에서 IT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생들에게 취업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 구직자 80% "해외취업 원해요"
구직자들의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구직자 1천127명을 대상으로 '해외취업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909명)가 "기회만 되면 해외로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중 16.8%(153명)은 실제 해외취업을 준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해외에서 전문기술 및 업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란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해외 취업경력을 통해 몸값을 올리기 위해'(25.1%), '국내에서는 더 이상 취업전망이 없기 때문'(16.1%), '복지 및 근무환경이 우수해서'(14.2%), '국내보다 높은 연봉'(2.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해외취업시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은 단연 전문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구직자들의 경우 IT·정보통신직, 마케팅·영업직 등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구직자의 경우 호텔·항공·관광 관련 서비스직과 기획·홍보직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잡코리아 해외경력개발팀 박현희 팀장은 "국내 취업난이 이어지고 고용 불안이 확산되면서 해외 인턴이나 해외취업 관련 교육과정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 IT·전문직 위주로 활발히 증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들어 7월말까지 해외 취업 인원은 모두 4천296명이다. 해외취업자는 2004년 571명에서 2006년 1천44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거 해외취업은 간호사(의료)나 기계·건설기능 직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IT, 비즈니스 전문가 등 두뇌·기술집약적인 화이트칼라 직종에 대한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직종별로는 2004년의 경우 IT 직종의 취업인원은 68명이었지만 2006년에는 499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사무서비스 직종도 같은 기간 270명에서 723명으로 증가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국가별 해외취업현황을 보면 일본이 1천7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중국(1천265명), 미국(391명), 아랍에미리트(370명), 호주(108명), 인도네시아(26명), 캐나다(1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올해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지역별 취업인원'을 보면 올들어 7월말 현재 해외취업자 658명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취업자는 45명으로 집계됐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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