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접 담근 포도주 "프랑스 와인이 별거냐"

소주 대신 효모 넣으면 더 한국적인 맛…체험 행사 인기

"포도가 물컹거리는 느낌이 이상해요!"

"포도를 잘 으깨야 색깔이 곱게 나오니까 손에 힘을 주세요."

지난달 30일 경북대학교포도마을(주)에서 경북영광학교 학생 20여 명이 포도주 담그기 실습에 나섰다. 이는 농촌지역 장애아들의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영광학교와 경북대포도마을이 자매결연을 하고 현장실습 기회를 마련한 것.

이날 포도주 담그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마냥 신이 났다. 정쾌희 양은 "포도에 손이 닿는 느낌이 신기하다."면서 "사서 마시는 것으로 알았던 포도주를 내가 직접 만들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생님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박정향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같은 방법으로 직접 포도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공인숙 선생님은 "적은 양으로 실패 없이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예전에 소주와 설탕을 넣어 만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며 자랑했다.

방법은 효모만 있으면 의외로 간단하다. 포도 5kg를 깨끗이 씻은 후 포도알을 손으로 딴다. 그것을 손으로 으깬 후 설탕과 효모를 넣고 각자의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이렇게 며칠간 숙성과정을 거치면 포도주가 완성된다는 것.

포도주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 경북대포도마을 김재식 교수는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가정에서 발효 포도주를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일반 가정에서 '포도주 만들기' 하면 보통 포도에 설탕과 소주를 넣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것은 소주에 포도의 성분을 우려내는 침출주로, 포도주 맛이 아니라 소주 맛에 가깝죠. 맛과 색이 탁해요. 하지만 효모로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주는 술맛이 부드럽고 색깔이 아름다워, 여성들에게 인기죠."

이렇게 만든 포도주는 정통 포도주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딱 맞다. 김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포도의 당도가 높아 설탕을 넣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우리 포도는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설탕을 넣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 방법으로 만든 한국형 포도주는 향이 아주 좋고 우리 입맛에 꼭 맞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포도주를 만들 때 알코올 도수를 결정하는 것은 설탕의 양. 보통 포도와 설탕의 비율을 10대 1 정도로 하면 14도의 포도주가 나온다. 원하는 도수대로 설탕을 조절할 수 있다. 효모는 제빵재료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포도 양의 0.02%를 넣으면 적당하다.

포도를 으깰 때 믹서기를 이용하면 안 된다. 섬유질이 깨져서 포도주가 탁해지기 때문. 자신이 없다면 경북대포도마을(054-331-1375)에 포도주 만들기 과정을 신청하면 된다. 20~40명이 단체로 신청하면 1만~1만 5천 원의 재료비만으로 포도주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 이렇게 따라해보세요

① 포도를 깨끗이 씻은 후 포도 알을 딴다.

② 포도알을 손으로 으깬다. 껍질까지 잘 으깨야 색이 고와진다.

③ 설탕과 효모를 첨가한 후 통에 담는다. 설탕은 포도 양의 10%, 효모는 0.02% 분량을 넣는다. 효모는 제과제빵재료상에서 판매한다.

④ 상온에서 일주일 둔다. 4일간은 하루에 두 번씩 잘 저어주고, 나머지 3일은 그냥 둔다. 밀봉하지 말고 뚜껑을 살짝 열어둔다.

⑤ 알맹이와 껍질, 씨를 짜낸다. 맑은 액체를 생수병에 넣는다.

⑥ 냉장고에서 한달쯤 숙성시킨다. 그 후 바닥에 하얀 주석산이 가라앉으면 이를 걸러낸다. 포도주 완성.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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