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구성은 크게 보면 206개의 뼈마디와 일반인들 상식을 초월하는 10만㎞의 혈관 및 5~6ℓ의 혈액, 그리고 수많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신체가 원활히 활동하려면 혈관의 막힘이 없고, 관절이 제대로 움직여 주어야만 한다. 상기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가 없다. 현대의학에서 발견된 수많은 질병의 근본 원인은 혈액흐름이 원활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상식이다.
나라를 한 개인의 육체로 축소시켜 본다면 우리나라의 동맥과 정맥의 역할은 바로 공무원의 역할로 이해될 수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1987년 6월 29일까지만 하더라도 군사독재와 언론자유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이 뒤엉킨 상황에서도 공무원 조직은 정확한 명령체계의 하의상달과 상의하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무원 조직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차례 반복하며 우리나라가 오늘의 세계경제대국의 반열에 우뚝 서게 한 하나의 動因(동인)이 됐다.
그런데 20여년 전 억압된 민주화의 폭발로 언젠가부터 노동자가 경영에까지 간섭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창업주와 경영인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기업들의 뿌리가 흔들리는 지경이 돼버렸다. 또 나의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는 일부 공무원들의 비뚤어진 자기영역 지키기가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규제성 법령과 권한은 갖되 책임은 회피하기 위해 자기들이 직접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책무를 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행정업무를 처리하거나 각종 단체에 위임, 처리하면서 부작용과 행정 비효율을 낳는 사례도 적잖게 겪었다. 오늘의 대민 업무 난맥상의 근본원인은 상하는 물론 연관 부처끼리의 영역 다툼이 動脈硬化(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형태의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 행정시스템에 의한 피해는 언뜻 보기에는 관련 민원 당사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임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
행정업무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관료들이 거짓 없고 성실하고 안전하며 편하게 이끌어 주는 데 있다. 중국 송나라 2대 황제인 태종 조광의가 관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관청의 양쪽에 세워 놓게 한 碑(비)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그대들의 俸祿(봉록)은 백성의 피며 살이다. 백성을 학대할 수는 있어도 하늘은 속이지 못한다." 공무원의 본분을 말할 때마다 자주 거론되곤 하는 바로 '戒石銘(계석명)'이다.
굳이 '계석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런 대논제 앞에 누구나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실상 행정업무를 보는 창구를 드나드는 민원인이라면 이와는 반대로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관료들의 처사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이러한 것들이 국민들을 우울하게 하고 공무원을 불신케하는 주범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공무원들의 변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국민 행정서비스가 지난날과 달리 확연히 변하고 있다는 기운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파업이 아니라 국가와 회사를 생각하는 신중한 행동과 자세가 근로자들과 공무원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경북도의 교통담당 공무원들과 대구시 교통담당자들이 경북동부지역 주민들을 위해 동대구역 동쪽 한편에 직행버스를 세워 주기로 한 순발력 있는 행정업무는 지난날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었다. 매일신문 수요시평 칼럼난(6월 20일자) 게재 이후 26일 만에 대구시와 관련된 3개 운수회사와 관련 부처의 발빠른 조처로 경북 동부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해 준데 대해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관계공무원과 포항출신 도의원 등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러나 내친 김에 대구에서 포항으로 내려가는 직행버스도 그곳 맞은편에 정차(간이매표소)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錦上添花(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이번 조치로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모두가 공무원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다시 한번 우리 공무원들에 대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그대들 앞에 영광 있으라.
노원조 경북동부경영자협의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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