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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아이디어 하나가 대박 터트리죠" 엔에스 디자인

▲ 백순현(오른쪽에서 두 번째) 엔에스디자인 대표와 직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백순현(오른쪽에서 두 번째) 엔에스디자인 대표와 직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본격 가동되면서 지역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인에 대한 산업계와 일반인의 인지도는 부족한 실정. 이런 가운데 디자인 하나로 지역 경제를 이끌겠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디자인업체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인 엔에스 디자인. 이 업체는 지난 7월 지역에서 따낸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가운데 대구시의 2011세계육상경기대회장 등 태양광발전시설 공공디자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대구·경북디자인센터로 입주한 엔에스디자인 사무실엔 갖가지 디자인 샘플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완구부터 녹즙기, 디지털TV에 이르기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500여 종의 디자인을 개발했다. 그 중 40%가 산업자원부(산자부)로부터 굿 디자인 인증을 받았다. 이 뿐 아니다. 2001년부터 6년 연속 산자부로부터 전국TOP디자인전문회사로 선정됐고 지난 2003년엔 디자인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이노-비즈(INNO-BIZ)기업으로 뽑혔다. 그만큼 한강 이남에선 상당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다.

백순현 대표는 삼성과 남선알루미늄 등을 거치며 지난 1998년 직원 4명으로 이 업체를 만들었다. 백 대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에선 디자인전문회사들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앞으로 대구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창기 지역의 부족한 디자인 마인드에 무척 애를 먹었다. 당시 디자인을 기술력으로 봐주지 않는 상황이었다는 것. 백 대표는 "제조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있어 디자인은 쏙 빼놓고 이야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할 수 없이 백 대표는 이런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계명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고 제도권으로 들어가기 위해 디자인벤처기업으로 등록하고 이노-비즈기업을 신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백 대표는 "디자인 인프라와 정보가 거의 없어 보육센터 입주 후 인맥을 쌓고 주위 업체들에 디자인을 해주면서 조금씩 수요를 쌓아갔다."고 했다.

이 업체의 초창기 대표작이 (주)엔유씨전자의 녹즙기 디자인. 엔유씨전자의 녹즙기는 홈쇼핑을 통해 대히트를 쳤고 그를 발판으로 지역의 대표적인 전자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당시 녹즙기가 많이 나와있었는데 대부분 부피가 크고 무거웠어요.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 녹즙기 헤드 부분을 떼고 붙일 수 있게 만들었고 커버를 삽입해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했죠." 이를 계기로 이 업체는 엔유씨전자의 요구르트 청국장기도 디자인했고 지금까지 디자인 개발 의뢰를 받고 있다. 또 유럽으로 디지털TV를 전량 수출해 지난해 매출 900억 원을 올린 (주)인디텍의 풀라인도 이 업체가 디자인하고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백 대표는 "항상 다른 시각으로 보려 하고 직원들과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수시로 한다."고 답했다. 가끔 엉뚱한 곳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온다. "야채·현미 탈수기를 디자인할 때 주전자 이가 안 맞는 불량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손잡이를 잡으면 자동적으로 입이 벌려지게 했죠."

백 대표는 디자인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을 마약 주사로 언급했다. 백 대표는 "좋은 디자인을 통해 매출이 급상승한 경험을 얻으면 디자인의 중독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도 어느 정도까지 수준이 오르면 결국 디자인 싸움이라는 것. 결국 제품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도 따지게 된다고 했다. "이젠 지역 기업들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직 투자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꺼리고 있죠. 좀 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백 대표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디자인을 해줄 수 있는 선구업체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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