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구 북구 매천대로. 차들이 시속 70km로 질주하는 왕복 6차로를 따라 폭이 1m 남짓한 중앙분리대가 이어졌다. 좁은 중앙분리대 위로는 높이 8~10m, 지름이 15cm가 넘는 200여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중앙분리대에 비해 나무가 커 보였다. 터가 비좁은 탓인지 은행나무들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타지역 가로수보다 잎의 수가 적었고 아직 낙엽철이 오기 전인데도 뼈대만 앙상한 나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인근 주민 박모(60) 씨는 "중앙분리대의 폭에 비해 나무들이 너무 큰 탓에 보기에도 좋지 않고 나무들도 학대를 받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말했다.
북구 매천대교와 칠곡 나들목(4km)을 잇는 매천대로에 식재된 은행나무 가로수가 중앙분리대 폭에 비해 지나치게 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도로의 중앙분리대의 폭은 1m, 양편 연석을 제외하면 80cm에 불과한 반면, 식재된 은행나무들은 지름 15cm가 넘을 정도로 커서 가로수의 생육환경이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시 경관에도 부자연스럽다는 것.
이처럼 폭이 좁은 중앙분리대에 굵은 가로수들이 들어선 것은 2002년 매천대로 개통 당시 대구시가 녹음을 빨리 보려고 좁은 중앙분리대 사정은 고려않고 굵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식재지의 폭이 좁고 배수시설과 토질이 좋지 못한 탓에 가로수의 생육환경이 나빠진 것. 또 식재혈을 팔 당시 양질의 흙을 성토해야 하지만 중앙분리대의 폭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워 나무의 생육환경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매천대로의 경우 중앙분리대의 폭에 비해 지나치게 큰 나무가 식재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식재된 가로수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지름이 10cm 이하인 은행나무를 다시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좀더 작은 나무로 옮겨 심는 것 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중앙분리대 조경수의 특성상 은행나무나 회화나무 등 키가 큰 나무들을 심지 않으면 가로수의 효용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 또한 현재 중앙분리대의 폭으로는 좋은 토양을 성토하기 힘들어 생육환경이 나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찬용 영남대 조경학과 교수는 "중앙분리대에 식재를 하려면 연석을 제외한 폭이 최소한 1.2m 이상 확보돼야 한다."며 "좁다고 해서 높이 1, 2m의 관목류를 심게 되면 가로수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만큼 중앙분리대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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