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경위기시계 바늘은 9시 31분을 가리키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그라스 재단이 1992년부터 세계 각계 환경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사해 발표하는 것으로 지구 환경 파괴에 따른 인류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표시한 것. 1992년 당시 7시 49분에서 96년엔 9시를 넘어섰고, 지난해 9시 17분에 이어 올해는 14분 더 빨라졌다. 인류 생존 불가능 시점을 뜻하는 12시까지 2시간 29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기상 이변 등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다. 지난여름 헝가리 등 남동유럽 국가들은 섭씨 45도가 넘는 살인 폭염에 시달렸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가뭄으로 곤욕을 치렀다. 우리나라도 장마 뒤의 난데없는 게릴라성 호우로 큰 피해를 봤다.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의 비극을 겪었던 인도네시아에는 이번에 또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이 덮쳤다.
에어컨이 필요 없던 알래스카에서 수년 전부터 에어컨 사용이 늘고 있다 한다. 자연냉장고 역할을 하던 凍土(동토)가 녹으면서 에스키모 마을에서도 냉장고가 필수품화돼 가고 있다 하니 웃을 수만 없는 일이다.
환경 재앙의 원인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온실가스 감축이 처방으로 제시되면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및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메탄가스 경우 소, 양 같은 초식동물의 트림이나 방귀를 비롯해 비료, 논, 쓰레기 더미 같은 데서도 발생해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생산 과정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세칭 '프리건(freegan)'은 이 같은 지구 환경 위기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자유롭다(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약 2만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과소비적 생활방식이 지구 환경의 황폐화를 부채질한다고 믿는 이들은 소비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反(반)소비주의' 실천이 공통점이다. 대부분 대학 졸업자에 중산층 출신임에도 거리의 버려진 먹을거리, 옷, 부서진 가구 등을 재활용하고 잠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비어있는 빌딩에서 해결한다. 우리 눈엔 괴짜로 보일 만하지만 과소비를 스스로 억제함으로써 병든 지구를 구하겠다는 기특하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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