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한반도 남해안에 해일 경보가 발령됐다. 태풍 '나비' 상륙 시점과 만조 때가 겹쳐 바닷물이 넘쳐 오를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실제 상황'이 되진 않았으나 바닷가 사람들의 가슴은 또 한번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즈음 신문이나 방송들은 우리나라 전역을 대상으로 '신정아 쓰나미' 사이렌도 울리고 있었다. '쓰나미(津波)' 또한 해일의 일종이니 그날 한반도에는 두 개의 해일 경보가 한꺼번에 울린 셈이랄까.
그 중 남해안에 경보가 내려졌던 것은 '폭풍해일'이었다. 조선조 들어 기록된 총 44회의 해일 대부분이 서해안에 밀어닥친 이 유형이라 했다. 반면 우리 식 한자말로 '지진해일'이라 표기되는 쓰나미의 국내 사례는 많지 않다. 1741년, 1940년, 1983년, 1993년 등에 동해안서 피해를 낸 바 있다는 정도이다.
그런 차이는 태생부터 다른 둘의 성격 탓에 빚어진다고 했다. 폭풍해일은 태풍 같은 기상 상황에 의해 발생하는 데 반해 지진해일은 지각 운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자와 달리 쓰나미는 상하로 움직임으로써, 처음 발생한 깊은 바다에서는 표시조차 제대로 나지 않다가 육지에 접근하면서 갑자기 치솟아 수십m 높이의 벽 모양으로 돌변해 마을을 덮쳐버린다고 했다.
먼바다에 나가 편안히 고기잡이하고 돌아와 보니 바닷가 집이 온데간데없어져 버렸더라는 거짓말 같은 일이 가능한 것도 그래서라고 했다. 그 물 더미의 높이가 250m를 넘은 것도 있다고 하니, 잠잠하던 바다가 갑자기 미쳐버리는 그 풍경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쓰나미가 우리에게 '끔찍한 싹쓸이'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도 그래서일 터이다. 'FTA 쓰나미'란 용어가 만들어지더니 '실버 쓰나미'(사회 노령화) '금융 쓰나미'(신용경색) '서브프라임 쓰나미'가 뒤를 이은 게 그 사례이다.
'신정아'에 쓰나미라는 말이 붙은 것은, 그 사건이 시민들의 시선을 싹쓸이함으로써 여권의 대통령후보 선출 행사가 흥행에 실패하고 남북정상회담조차 관심 밖으로 떠밀려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말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정권이나 여권이 아니라 국민들이 아닐까 싶다. 그 여파에 묻혀 이 나라 전체가 더 중요한 것과 진정 귀중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 때문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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